사회복지시설 비리 안타까워
제대로된 사회복지서비스 위해
예산 제대로 운영할 대표부터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오늘 대부분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어떤 친구가 같은 반인지, 설렘과 궁금증이 많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며칠 전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아빠! 대표는 왜 항상 한 명이야? 두 명 뽑으면 서로 의논해서 일을 더 잘 할 텐데….” 당황스러웠지만 새삼 대표의 지위를 다시 짚어보게 하는 그럴듯한 물음이라 생각됐다.

정부나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어떤 목표를 갖고 구성된 영리·비영리조직은 대부분 계급을 나눈 관료제를 채택하고 최고 책임자를 한 명으로 정한다. 그 책임자는 조직의 구성원이나 법규로부터 부여받은 전체적인 권한을 가지는 동시에 책임도 뒤따른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조직이 1인 대표자를 두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시간적·물리적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논쟁으로 인한 방해요소를 최소화해 결국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데 유리해진다.

한편, 조직의 대표 즉, 리더(Leader)의 철학, 자질, 행동에 따라 조직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리더십(Leadership)과 관련된 연구는 끊임없다. 리더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패가 좌우되기도 하다 보니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리더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 이는 사회복지기관이나 복지시설의 운영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고, 국가의 지향점이 선진 복지국가이고 국민 행복이 국정 목표로 정해지면서 사회복지분야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최근 노인 인구의 증가, 장애인 복지 수요의 증가와 인권의식의 성장은 사회복지서비스기관의 수를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복지시설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사회복지시설을 잘 운영하는 전문 사회복지법인의 설립과 자질 있는 사회복지 리더들의 성장도 이루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주 경기도 오산의 한 재활원에서는 사회재활교사가 장애인을 때리거나 다른 장애인이 또 다른 장애인을 폭행하도록 한 인권침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런 납득할 수 없는 뉴스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범죄자 개인의 일탈이 근본 문제라 하더라도, 시설을 운영하는 복지시설대표와 운영법인은 도대체 어떻게 직원을 이끌고 관리했는지 운영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 관내에도 복지시설이 250여 곳에 이른다. 최근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숫자도 많이 늘었다. 최근 울산의 복지시설 비리와 관련해 관내 민간사회복지시설의 대표 협의기구인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와 관련 직능단체는 사회복지시설 대표 자격요건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울산시도 사회복지법인과 복지시설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법인감사, 시설지도점검 등 행정적 대응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 제기된 사회복지시설 대표자 자격 강화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복지시설의 대표는 더 많은 자질과 능력을 요구받는다. 첫째, 복지시설의 목표, 정책, 서비스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인간행동의 역동성에 관한 지식과 사회복지서비스의 방법에 관한 경험을 토대로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을 동원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사회복지프로그램의 계획, 실행, 평가 경험도 필요하다. 넷째, 무엇보다도 조직이론을 이해하고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는 탈권위적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낙하산’으로 복지시설의 대표가 되겠다는 생각이 통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복지서비스를 비전문가가 책임져도 된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이같은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났다. 복지서비스제도가 늘어나는만큼 복지시설의 대표자 자격요건 강화와 체계적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좋은 사회복지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적절한 예산의 투입도 중요하지만 그 예산을 제대로 운영할 대표자를 갖추는 것이 더 우선 돼야 할 것이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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