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현 울산시 남북교류협력추진단 공동단장

지난달 28일 종일 숨죽이며 텔레비전을 시청했으나 결국 북미 두 정상이 함께 웃으며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필자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틀전 모 언론사 뉴스에 출연해 회담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는 “만만찮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북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곳, 경제강국이 될 것” 등 좋은 말을 하였으나 실제 진행경과는 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와 김영철 그리고 비건과 김혁철이 만났으나 좀처럼 접점이 나오질 않았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하는 것을 보며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합의라도 이뤄지길 간절하게 소망했다. 아마 우리 민족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실제 북미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해석과 로드맵에는 깊은 차이가 있다.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및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한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70년만의 역사적 만남을 성사시킨후 북은 곧바로 미군 유해송환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단행하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북이 원했던 것은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였다. 미국의 조야는 들끓었다. 완벽한 북의 비핵화 전에 그 어떤 것도 내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의 여야 대표들이 미 하원을 방문했을 때 낸시 의장이 한 말은 미국의 정치권을 정확히 반영했다. “겉모습에 속지 마”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북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은 한결같다. 미국은 북의 진심을 믿지 않는다.

반면 북의 입장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핵을 생산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실험하지 않고 이전하지 않겠다”. 이 말은 핵보유국의 태도이다. 북은 핵을 먼저 없앨 마음이 전혀 없다. 북의 로드맵은 국교수립, 평화협정 등 새로운 관계전환이 우선이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실현방도 역시 단계별 공동행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제재해제 문제는 6·12북미공동선언 이행에서 타협할 수 없는 원칙적 문제로 보는 것이다. 북도 먼저 무장해제하면 잘 살게 해주겠다는 미국의 진심을 믿지 않는다.

서로 절대 믿지않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방식은 한 발자국씩 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언론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영변핵시설 동결·폐기수순, 이에 대한 미국의 일부 제재완화 조치가 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정도로 합의하고 가면 도저히 야당의 비판에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과 코어 폭로로 탄핵의 위험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아무튼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미국도 북도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지 않았고 곧 다시 만날 것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역할이 대단히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사실 남과 북은 작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이미 종전선언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밑그림에 모두 합의했다. 그러나 남과 북이 아무리 경제협력의 길로 달려가고 싶어도 유엔의 제재가 엄연히 존재하는 조건에서 한발 내딛기도 쉽지 않다. 회담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한 내용을 보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만약 북의 비핵화와 제재해제문제에서 조금도 전진이 없다면 대한민국을 지렛대 삼아보라고 하였다.

남북간 철도부설은 같은 민족간 오고 가는 문제이니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양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해 북미간 교착상태를 뚫어보자는 것인데 우리 민족이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동북아 정세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3·1절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언급했다. 원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제재대상이 아니었고 북도 조건없이 재개를 약속한 만큼 이를 통해 서울답방 실현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공동번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절박한 심정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오천년을 함께 살아 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김창현 울산시 남북교류협력추진단 공동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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