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최종합격자 현황 : 총 94명. 울산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가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94명의 최종합격자가 선발되었다는 공고를 봤어요. 최종합격자 여러분, 아니 이제는 어엿한 신규 선생님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마도 신규임용 예정자 직무연수가 끝나기도 전에 첫 근무학교를 알게 되었을 테고, 학교에 들러 인사한 지 며칠 만에 올해 담당 업무가 뭔지 전달받았을 거예요. 매일 매일 간절히 바라던 대로 선생님이 된 건 확실한데, 뭔가 굉장히 얼떨떨하고 정신없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요? 저도 그때 그랬거든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하면 글로만 배운 학급경영의 원칙들, 글로만 배운 갖가지 수업모형들이 실전에서 100%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먼저 체득할 거예요. 에너지가 뿜뿜 넘치는 중고딩들은 선생님의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요. 가끔은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뒤로 한 채 ‘꿈과 현실은 하늘과 땅만큼 거리가 멀구나. 나만 이런가?’ 하며 유체이탈 상태로 교무실로 향하는 날도 있을 거랍니다.

덜컥 겁나는 이야기부터 먼저 시작해 버렸네요. 지금 저는 ‘꿈과 현실은 다르니 좌절 좀 하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시라’는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들께 부탁을 하나 하고 싶어요.

그동안 근무하면서 느낀 교사 집단의 특징 중 하나가 변화에 굉장히 인색하다는 거였어요. 학교가 사회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학생들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도울 텐데, 선생님들은 관성의 법칙을 몸소 실천하며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부끄럽지만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던 중 저희 학교가 첫 발령지인 젊은 선생님들이 학급을 어떻게 꾸려가고 있고, 업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도 발상을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어떤 선생님은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취미활동을 하며 서로간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었어요. 또 다른 선생님은 학생회 단위의 자치활동이 활발해지는 만큼 본인의 업무가 많아지는데도 씩씩하게 그 활동들을 감내하고 있었답니다.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취미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더 파악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을 보는 마음은 어떤지요. 소심해서 아직까지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3월이 가기 전에 꼭 물어보려고요.

이런 선생님들처럼 신규 선생님들도 각자 나름의 진정성과 열정을 품고 학교에 왔을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대하고, 업무를 하는 신규 선생님들을 보면서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선배 선생님들도 있을 거예요.

이번 글 제목을 구상하다가 ‘사표(師表)’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봤어요. ‘학식이나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사표라고 한답니다. 제 부탁은 이 같은 사표가 되어주시면 좋겠다는 거예요. 학생들에게는 물론,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사표요. 나이와 경력을 떠나 의미 있는 배움과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사표가 되어주세요. 많이 보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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