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정자활어직매장

▲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링 돼 지난 1월 문을 연 정자활어직매장.

1992년 정자항 일원 방파제 건설 이후
해녀들 생계 위한 포장마차촌 조성돼
1997년 활어직매장으로 바뀌고 고전
정자어촌계 열혈홍보 힘입어 입소문
싱싱한 제철회 맛보려는 발길 이어져

지난 1월 리모델링 거쳐 다시 문열어
1층은 활어직매장…2층 초장집 계획
깔끔한 외관에 넓은 주차장까지 갖춰

울산에서 아름다운 정자항을 배경으로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정자활어직매장이다. 정자활어직매장은 지난 1990년대 포장마차촌으로 시작해 최근 신축한 현대식 건물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정자항을 지켜온 울산의 맛집 1번지다. 정자어촌계의 삶의 터전이자 울산 북구의 명물로 꼽히는 정자활어직매장의 매력을 소개한다.

◇정자항 해녀들의 삶의 터전

지난 4일 북구 정자활어직매장에 들어서자 통로 양쪽으로 당일 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생선들이 수조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지금 시기에는 한창 살집이 오른 도다리를 비롯해 숭어, 병어, 갑오징어가 제철을 맞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당일 정자항 인근에서 잡은 생선을 골라 매장에서 회를 떠주면 인근에 위치한 초장집으로 이동해 된장이나 초장, 와사비간장 등 입맛에 맞춰 즐기면 된다. 정자항 인근에서는 사계절 내내 가자미가 많이 잡히며 계절별로는 여름에 곱상어, 가을은 돌돔, 겨울은 농어가 특히 맛이 좋다.

정자활어직매장은 지난 1월 새 건물이 준공되기 이전까지는 정자회센터로 불렸다. 현재는 1622㎡ 규모의 건물 1층에는 활어직매장 36개가 위치해 있고, 2층은 초장집 및 특산품판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과 더불어 잘 포장된 도로,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정자항 일대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던 해안가였다. 그러던 중 정부가 1992년 정자항 일원에 방파제를 건설하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정자어촌계 관계자는 “방파제를 만들면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해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며 “그래서 정부는 피해보상으로 정자항 일대에 지원사업으로 도로를 만들고 해녀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포장마차촌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초창기 정자회센터는 105㎡ 규모 포장마차촌으로 1평당 1개 상가가 입점해 32개의 점포가 운영됐다. 이상길 정자어촌계장은 “당시만 해도 우럭이나 광어 등 생선이 워낙에 귀하다보니 고깃배가 들어오면 어촌계에서 가게마다 생선을 분배해줬다”며 “생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주로 아나고(붕장어)와 오징어 위주로 장사를 했었다”고 회상했다.

▲ 깔끔하게 정돈된 정자활어직매장에서 손님들이 싱싱한 횟감을 고르고 있다.

◇30년간 신축건물 준공과 세대교체

포장마차촌 정자회센터는 5년여간 운영되다가 1997년 정부와 북구청의 농어촌특별지원금으로 현재 활어직매장의 전신인 건물이 세워졌다.

정자어촌계에 따르면 막상 건물을 세우고 나니 예전 포장마차의 감성이 사라지면서 첫 1년간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이에 정자어촌계에서는 자체적으로 홍보에 나서게 된다.

이상길 어촌계장은 “어떻게든 손님을 유치해야 하는데 1990년대만 하더라도 무선방송을 하던 사설업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워낙에 호응이 좋다보니 타 지역에서도 그 방송을 들을 정도였다”며 “당시 어촌계 자체적으로 돈은 없다보니 그 사설업자들을 불러다가 회를 대접하고 정자회센터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 정자활어회센터에서 횟감을 골라 초장집으로 가져가면 한상 푸짐하게 차려준다. 요즘은 제철 맞은 도다리가 식객들을 유혹한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후로 점차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정자회센터는 호황기를 맞이하게 됐다. 한창 장사가 잘된 2000년대에는 정자회센터에서 하루에 팔리는 오징어가 평균 2000마리, 많게는 최고 5000마리가 넘어갈 정도였다.

정자활어직매장은 30여년 간의 세월이 흐르면서 외관뿐만 아니라 매장 내 상인들의 얼굴도 바뀌었다. 정자활어직매장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어촌계원들은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녀들이 매장을 이어받으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초창기 어촌계원은 현재 30% 가량만 남아있으며, 대부분의 매장은 40대의 젊은 계원들이 꾸려나가고 있다.

▲ 이상길 정자어촌계장

또한 정자항은 2000년대 이후 정자대게와 횟집을 겸하는 대게전문점들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정자대게는 12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로 러시아산 킹크랩과 박달대게 등에 비해 살집은 적지만, 특유의 단맛이 일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정자대게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정자항 일원 대게집의 주력상품은 러시아산 킹크랩과 박달대게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상길 어촌계장은 “초창기 포장마차촌에서 장사할 때만 하더라도 전기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근 민가에서 전기를 당겨 쓰곤 했다. 그랬던 정자회센터가 지금은 멀끔한 신식건물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며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자활어직매장을 꾸준히 사랑해준 고객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싱싱한 해산물을 정직하게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사진=김도현기자gulbee0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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