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일본의 한 심리학자가 재미난 실험을 했다. 보통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여자화장실과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남자화장실의 색을 맞바꾸어 남자화장실을 빨간색으로, 여자화장실을 파란색으로 바꾼 뒤 남녀가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장실을 잘못 들어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의 의미와 상징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반 상식과 오랜 경험에 의해 고정관념화 된 사고의 불일치를 1929년 이를 발견한 인지심리학자의 이름을 따 ‘스트룹 효과(Stroop effect)’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우리는 일상생활에 ‘색 부호화’라는 ‘컬러코딩(color coding)’을 통해 색 자체만으로 의미를 구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교통신호등이다.

연일 고농도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하늘이 회색빛이다. 일주일 가까이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5배 가량 증가하면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전국 대부분 지방에 대기질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기준물질 6개 항목에 대한 대기오염도를 인체 영향과 체감오염도를 반영한 통합대기환경지수에 적용해 대기오염 상황을 한눈에 알기 쉽게 4개 등급과 색상으로 표현해 제공하고 있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0~15㎍/㎥(좋음, 파랑색), 16~35㎍/㎥(보통, 초록색), 36~75㎍/㎥(나쁨, 노랑색), 76~㎍/㎥(매우나쁨, 빨강색)으로 정하고, 이보다 입자가 더 큰 미세먼지(PM10)의 경우는 0~30㎍/㎥(좋음, 파랑색), 31~80㎍/㎥(보통, 초록색), 81~150㎍/㎥(나쁨, 노랑색), 151~㎍/㎥(매우나쁨, 빨강색)으로 구분 짓는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과 국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솟은 가운데, 각종 미세먼지 앱(app)과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미세먼지 정보들이 난무한다. 특히 마치 석탄연료를 연상케 하는 한 TV방송사의 날씨방송 미세먼지CG(컴퓨터그래픽)의 검정색 미세먼지 농도는 검정색 자체가 주는 공포감이 너무도 크다. 앞서 말한 ‘컬러코딩’의 대표적인 신호등의 경우, 안내(진행)를 일컫는 ‘초록색’과 주위 환기의 의미인 ‘노란색’, 금지와 경고의 의미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빨간색’을 사용하며 우리는 그 색 자체만으로도 색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 약속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네살배기 어린아이도 빨간불의 신호등에서는 멈추고, 초록불에서는 손을 들고 보행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농도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불만과 언쟁으로만 가득한 대책은 이제 그만. ‘기본다운 기본’에서부터 시작하자. 정보의 과잉으로 실제 체감미세먼지 수치가 정보보다 과잉 전달돼 불안감만 조성하는 미세먼지 농도 단계를 각 단계가 갖는 의미로 통일하는 ‘컬러코딩을 통한 미세먼지 단계 표출 표준화’가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이유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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