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새 학기 첫 수업을 준비하면서, 새로 만나는 어여쁜 친구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첫 만남에서 한 학기 동안 함께 할 친구들에게 멋지게 각인되고 싶은데, 어떤 말이 근사할까 라는 우스운 고민이었다.

고심 끝에 정한 얘기는 오히려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인 “감사합니다”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감사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한분 한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다 보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이토록 많이 쓸 수 있는 그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말은 줄이는 것이 좋지만, 감사의 말은 전할수록 배가 된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일하던 때였는데, 항상 울산을 오갈 때마다 KTX를 이용하곤 했다. 서울 가는 열차를 타기 전에 들른 식당에서 “또 오셨네요” 하며, 반가운 인사를 받았다. 우선은 반갑게 맞아주시는 게 나 역시도 고맙고,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매번 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인데, 어떻게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쭸더니 하시는 말씀이, “인사를 두 번씩 하시잖아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라는 생각지 못한 답변을 하셨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각인될 수 있고, 반가운 사람도 될 수 있는 놀라움이라니. 새삼 말 한마디의 소중함과 말의 힘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 후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더 자주 쓰는 것은 물론이다.

1월에 다짐했던 다양한 계획도 서서히 잊히고, 새로움으로 가득한 3월에 원대한 계획을 다시금 세워보지만, 어쩐지 이 역시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2019년의 소소한 목표로써 “감사합니다”를 자주 반복해 보는 것을 권한다. 그렇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이룰 수 있는 목표이고, 1년이 지날 때쯤에는 스스로가 들인 노력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삶이 녹록지 않고, 더군다나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불만스러운 일도 많이 생기며, 타인과 마주하는 일이 불편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감사할 일을 찾기도 하고, 상대방이 보여주는 태도에서 하나씩 고마운 점을 찾아내다 보면, 어느새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과 내가 마주치는 일상이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해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나를 둘러싼 사람과 환경이 따뜻해진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이 그러해진다는 것이고, 이런 변화를 사소한 말 한마디로 얻을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에 꼭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아도 좋다. 물론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해야 할 일들이 매일 생긴다면 좋겠지만, 그저 습관처럼 인사로 전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어쩌면 나로 인해 누군가의 하루는 더 행복해 질 수 있을지도 모르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힘이 드는 일도 아닌데, 속는 셈 치고 한번 해 보시길 권한다.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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