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긴 경기불황 반전 기미
시민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제역할 충실한 ‘하고재비’돼야

▲ 홍종오 영화감독 (사)울산영화인협회 회장

영국 영화 ‘풀 몬티(Full Monty)’는 1970년대 철강업의 중심지였던 셰필드산업단지가 쇠퇴하며 경기악화, 완강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제철소가 문을 닫으면서 해고 당한 철강근로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코믹 감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해고당한 철강 노동자 6명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어느 날 이들 중 하나가 기발한 돈벌이 아이디어를 낸다. 여성 전용클럽이 북적대는 것을 보고 여성을 위한 남성 스트립쇼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맹연습 끝에 드디어 무대에 서고 폭발적 인기를 얻는다. 팬티 차림의 나체로 춤을 추다가 마지막 대목에서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상태가 된다. 제목인 ‘풀 몬티(Full Monty)’는 ‘홀딱 벗는다’는 뜻이다.

1998년 개봉하였으며 그 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작곡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곡상을 받았다. ‘풀 몬티’는 투자 대비 66배인 2억 달러(한화 약 2400억원)를 넘어서며 영화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로 기록됐다. ‘풀 몬티’의 성공은 영화에 그치지 않았다. 셰필드의 촬영현장을 도는 투어는 인기를 누렸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실직자들에게 “풀 몬티를 배우라(Go the Full Monty)”고 역설하였고 당시 풀 몬티는 하나의 신조어로서 자리매김하였다.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IMF 국난이 실업대란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당시 상황과 맞아 의외로 성공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실업의 의미와 그로 인해 사회적 지위, 경제적 상황, 더 나아가 가정에서의 역할도 바뀔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변화’라는 것이 어떤 것이며 그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 당사자의 몫이면서도 사회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함께 고통을 감내 해야함을 보여주었다. 결국 한 사회의 책임자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치를 한 몸에 받고 있어 그 책임이 막중하고, 그를 위해서는 벌거숭이가 되어 나를 다 던져야 비로소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의 배경처럼 주력산업의 침체로 울산의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2018년 울산지역 자영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 감소율은 14.3%로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2018년 국내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인구 대비 순유출률은 1.1%로 서울과 함께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울산의 주력인 조선업이 경기 침체기를 벗어날 전망이고 정부의 지원에다 미래전략 산업인 수소산업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시 관계자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건전한 비판은 수용할 포용력을 키우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지혜를 모아 울산시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하고재비’가 되어야 할 때이다.

‘하고재비’는 ‘하고잡이’의 경상도식 표현으로 ‘무슨일이든 하고 싶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을 지칭한다. 영어로는 ‘워커홀릭(workholic)’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고재비’의 중요성에 대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온리원 캠프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며 최고의 성과를 내는 ‘하고잡이’ 인재들이 CJ의 성장을 이끌어 왔으며 ‘반듯한 하고잡이’가 돼 글로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CJ와 함께 성장해 세계 1등의 꿈을 이뤄내자”며 능동적인 ‘하고잡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작년 6월 이후 울산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 기관장이 교체됐고, 노동조합, 협동조합등 다양한 조합장 선거와 문화예술계의 수장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이 있다. 그만큼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 모두가 각자 역할에 충실하고 진정한 ‘하고재비’가 될 때 울산의 미래는 희망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하고재비’가 되자.

홍종오 영화감독 (사)울산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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