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시작한 현대중공업 재도약의 계기로, 우리나라 조선업 선도도시 울산의 새로운 전기(轉機)로, 그 기대감이 자못 크다.

지난 1월 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이 발표되자 국내·외 전문가 대다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인 양사의 기술력이 합쳐져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 3사의 제살 깎기식 저가수주가 줄어드는 등 국가적 산업경쟁력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수년간 현대중공업은 유례 없는 조선업 불황속에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왔다.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으로 체질을 개선, 경쟁력을 높였다. 그로인해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를 중심으로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등의 고통도 경험했다. 수도선부(水到船浮),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고 했다. 마침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 시황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는 위기극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수 완료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본 계약이 체결됐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이제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많은 절차가 남아 있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것이 최대 난관이 될 전망이다. 한 나라라도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성공적 인수 완료를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 등 남은 과정에 모든 당사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중 노조)의 인수 반대 투쟁이 걱정이다.

고용불안에 대한 현중 노조의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3사가 아닌 1강1중의 2사 체제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일감이 늘고 고용도 안정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인수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51.58%의 낮은 찬성률로 가결된 것도 조합원들의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7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사회와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은 현대중공업이 조선입국(造船立國)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지 47년째 되는 날이다. 노조는 막연한 불안감에 의한 반대와 투쟁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현대중공업, 울산, 동구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조선강국(造船强國) 재건(再建)’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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