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야구인프라 확충 시급 - (상) 야구인들 “야구할 곳이 없다”

▲ 매년 울산의 야구시즌을 알리는 울산야구대회 경기 모습. 대회에 참가하는 지역 사회인 야구인들의 열기는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고 경기 수준도 높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연습공간이나 경기를 치를만한 구장이 턱없이 부족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프로축구 개막에 이어 프로야구도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등 대표적 실외스포츠인 축구와 야구, 골프 등이 속속 시즌에 돌입했다. 스포츠 팬들의 함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각 종목별 사회인 스포츠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울산은 대표적 축구도시다. 축구종합센터 유치전에 나설 정도로 축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수천명에 달하는 동호인들이 있는 야구는 그렇지 못하다. 주말이면 곳곳에서 리그 경기가 펼쳐지지만 구장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현재로선 내년 전국체전 야구경기를 울산에서 개최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울산의 열악한 야구 기반을 짚어보고 인프라 확충 방안 등을 살펴본다.

사회인 야구리그 한해 10여개 넘는데
경기나 연습할만한 구장 10여곳 불과
대부분 축구장 겸용이거나 간이구장
사용경쟁 치열 인근 지자체까지 원정
문수야구장은 사용료 너무 비싼데다
그나마도 관리 이유로 개방 잘 안해
야구열기 못받쳐주는 인프라 때문에
전국 야구 생활체육대회 개최도 실패

미세먼지가 울산을 비롯해 전국을 덮쳤던 지난 1일. 봄 치고는 비교적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울산 북구 농소야구장은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매년 야구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울산야구대회 준결승·결승 대회가 치러졌기 때문.

대회에 참가하는 사회인 야구인들의 열기는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았다. 경기 수준도 매우 높다. 타자들의 호쾌한 타격에 이은 멋진 수비까지.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난 뒤 승패가 갈렸지만, 양 팀 선수들은 덕담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울산에서는 3월을 시작으로 사회인 야구 시즌이 본격 시작된다. 울산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동호회는 250여개(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고 미등록 팀까지 합치면 300여개가 훌쩍 넘는다. 협회에 소속된 야구인만 수천명에 달한다. 울산 사회인 야구리그만해도 구·군별로 치러지는 리그를 포함해 총 10여개가 넘는다.

 

◇등록동호회만 250여개…국제규격 구장은 문수야구장 한곳

그러나 지역 야구 클럽의 뿌리가 되는 유소년야구부터 시작해 학교 야구부, 사회인 야구인 등 아마추어까지 울산의 야구인들은 야구할 곳이 없다고 푸념한다. 혈세 450억원을 들여 지은 문수야구장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사회인 야구인들에게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높은 사용료와 구장 관리 차원이라는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날보다 사용할 수 없는 날이 더 많다.

대한야구협회가 울산에서 인정하는 야구구장은 문수야구장이 단 한 곳 뿐이고, 사회인 전용 야구장인 동구야구장도 정식 규격에는 맞지 않아 경기를 할 때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한국야구위원회 산하 야구발전 실행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울산에는 사회인 야구장이 고작 5곳 뿐으로 7대 특·광역시 중 최하위였다. 5년이 지난 현재 일부 구장 인프라가 확충됐지만 여전히 10여곳이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부분이 축구장을 겸용하는 다목적구장과 간이야구장을 포함한다.

그나마 있는 야구장도 동호인들이 실제 사용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사용료가 워낙 비싼 데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운영하다보니 야구장 예약조차 쉽지 않기 때문.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장을 찾아 김해나 양산, 부산 등지까지 원정을 다니는 동호인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림의 떡 문수야구장…전국대회 유치 난망

상황이 이렇자 울산지역 아마야구인들은 정말 제대로 된 경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수야구장을 개장할 때만 해도 울산 야구인들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협회에 따르면 문수야구장에서 개최되는 고교주말리그, 프로야구 정규 경기, 협회장기, 중등·고등야구대회 등 모든 대회를 포함해도 1년에 20게임 안팎의 경기가 열린다. 이렇다보니 정작 사회인 야구인들이 문수야구장을 사용하는 횟수는 1년에 10게임 이내다.

게다가 지난해 울산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관하고 NC다이노스가 주최한 고교야구 대회가 문수야구장에서 열렸지만, 운동장 사용료가 하루당 100만원, 전광판 사용료도 3시간에 50만원에 달하는 등 고등학교 대회 치고는 터무니 없이 비쌌다.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울산에서 대회 못하겠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야구인들은 심지어 (문수야구장이) 간이구장일 때가 더 좋았다고까지 얘기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년에 6~9경기 하는데 평일 경기가 대부분이고 돈까지 지원해가면서 경기해달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비슷한 상황의 포항은 야구인들에게 개방을 잘 하고 잘 쓰는데 울산은 관리 이유로 못 쓰게 하고 사용료도 워낙 비싸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럽야구 활성화, 유소년 육성 ‘요원’

클럽야구 활성화와 지역 클럽 야구의 뿌리가 되는 유소년 육성도 요원하다. 울산 학교 야구부는 대현초·문수초를 비롯해 유소년 클럽이 9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제일중·울산공고가 유일한 수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건이 녹록지 않다. 리틀야구는 우선 경기도 많지 않고 유소년 야구대회도 거의 없다. 연습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리틀야구 전용야구장은 농소수질개선사업소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5년 전에 비해 분명 인프라는 확충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야구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클럽 야구 활성화와 유소년 육성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에서 동호인들이 야구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있기 때문.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야구 인구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인옥 울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울산에서 전국 야구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규격에 맞는 구장이 문수구장 하나 뿐이어서 유치에 실패했다. 하나씩이라도 제대로 된 구장을 늘려가야지 지금 상태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