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자 (사)태화강보전회 사무처장

태화강지방정원을 거닐다 보면 가끔 그곳의 시설물들이 옹색하고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마치 싸구려 화장품을 발라놓은 것처럼 어색하고 세련미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필자에게만 일어나는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정원박람회를 하기 전 드넓은 수변 초화단지로 가꾸어졌던 시절에 반구대암각화의 고래 문양이나 천전리각석의 동심원 문양 등을 표현하여 계절마다 다른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었던 그 때가 더 세련되고 멋졌던 것이 아니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국가정원’이라고 해서 꼭 ‘정원’ 모양 만들기를 고집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순천시가 자연 상태의 순천만 습지 환경을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자연경관 그 자체의 특색을 최대로 활용해 정원 조경에 성공한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울산은 태화강 원래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나무숲을 모티브로 하는 지방정원을 조성함으로써 기존에 있던 십리대숲 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정원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울산의 태화강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가 빼곡히 서려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하나의 국가정원으로서의 소재와 자산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데 자꾸만 꾸미기 정원을 만드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계절 다양하게 피워내는 꽃들과 만회정, 태화루, 전망대 등 기존의 주변 시설물들을 서로 잘 묶고, 사계절 푸르름을 선사하는 시원한 대나무숲과 백로, 떼까마귀. 바지락, 재첩 같은 자연의 산물들을 결합시킴으로써 보다 고상하면서도 친숙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 정원으로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 김숙자 (사)태화강보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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