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작은도서관협회가 11일 출범했다. 울산에는 168개나 되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사설도서관이다. 뜻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방침에 따라 일부 운영비를 지원받으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도서관들이 주축이 돼 협회를 창립한 것이다. 참여도서관은 많지 않지만 이들의 꿈은 크다. 울산 뿐아니라 전국 작은도서관협회와 정보교류를 통해 작은도서관이 지역문화공동체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작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자치단체의 도서관 운영비 지원이 절실하다. 신간 구입비는커녕 최소한의 인건비도 지원받지 못해 문을 열어 놓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도서관이 수두룩하기에 하는 말이다. 울산에서 작은도서관 지원이 가장 활발하다고 할 수 있는 북구지역에도 일부 도서관만이 한해에 1000여만원을 지원받는 것이 전부다. 난방비, 신간구입비, 프로그램운영비, 인건비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지원이다. 작은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전북도는 연 3174만원, 김해시는 한달에 300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그 다음 해결돼야 할 중요한 문제는 작은도서관끼리는 물론 공립도서관과 상호대차서비스 시스템 구축이다. 상호대차서비스는 신간이 부족한 작은도서관의 단점을 보완하고 이용자가 쉽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 서비스다. 하지만 이는 작은도서관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울산시에는 작은도서관지원조례가 만들어져 있지만 강제규정이 없는데다 울산시의 무관심이 더해져 전국에서도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엔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작은도서관을 두도록 돼 있어 수적 증가만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공립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작은도서관이 제역할을 못하면서 숫자만 늘어가고 있어 도서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불만을 적잖이 갖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제고를 위한 울산시의 관심이 절실한 대목이다.

울산은 ‘도서관의 아버지’로 불리는 엄대섭 선생의 고향이다. 엄대섭 선생은 1960년부터 새마을문고와 작은도서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마을문고운동에 평생을 바친 분이다. 그를 생각한다면 울산이 우리나라 도서관 운영의 모범이 돼야 하는 도시임에도 오히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도시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작은도서관이 제 역할을 한다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책이라는 가장 쉬운 매개체를 통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문화적 활동을 즐기며,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작은도서관협회의 창립이 지역내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는 물론, 소비도시 울산이 책 읽는 도시로 변화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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