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단기 성과 보다는
위험에 대한 보상 면밀히 따져
기초 튼튼한 생태계 만들어야

▲ 정구열 유니스트 교수·경영학 박사

‘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라틴어가 있다. ‘ad’는 영어로 ‘to’를, fontes는 fountains 또는 sources를 뜻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s)라는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 학자들이 과거에 찬란했던 로마나 그리스 문화로 돌아가자는 얘기였다. 당시 종교개혁자들도 타락한 기독교를 향해 ‘아드 폰테스’를 외쳤다. 기독교 신앙의 원천인 성경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요사이 ‘기본으로 돌아가라’ 말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위기를 맞았을 때 흔히 하는 얘기가 ‘기본으로 돌아가자’다.

무슨 일이건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스포츠에서 기본 동작이 탄탄해야 뛰어난 선수로 성장하고, 공부도 기초가 튼튼해야 잘 할 수 있다. 기업경영이나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워런버핏과 같은 위대한 주식투자가도 투자할 때 주가의 흐름 자체 보다는 현금흐름, 투자자본에 대한 순이익률 등 회사의 기본적 재무요소를 바탕으로 산출된 ‘기본적 가치(fundamental value)’를 보고 ‘장기투자’를 한다. 기업경영도 위기를 만났을 때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2009~10년 발생한 1000만대 이상의 대량 리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만났을 때 위기를 극복한 것도 역시 기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리콜사태를 초래한 급발진 문제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품질과 기술을 원점부터 검토한 것이다. 그 후 도요타는 3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도요타와 같은 사례는 많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어려울 때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거나 여론의 몰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고비용·저생산성 경제구조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가의 부(富)는 국민 총생산능력의 함수다. 단기적으로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 소득을 이전한다고 해서 국가의 총생산능력은 늘지 않는다.

요사이 남북평화와 이에 따른 북방경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남·북간 평화가 이뤄지고 경제가 협력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도 경제·투자의 기본원리를 따라서 결정돼야 한다. 투자의 기본원칙은 위험부담(risk) 대비(對比) 수익률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위험은 물론 정치적 위험 등 투자에 미치는 모든 위험을 포함한다. 그래서 부담하는 위험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있는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보상이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에 따른 위험을 감당하지 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도로·철도 등 대북 투자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를 사용하면 건설 가성비는 매우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러시아나 중국과 물류유통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그 경제적 효과가 ‘남한까지 미친다면’ 그 투자 수익률은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체제가 서로 다른 가운데 그 경제적 효과가 남한까지 미치리라는 것을 그냥 가정할 수만은 없다. 예상되는 위험부담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에도 또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되게 되면 북한 땅에 도로와 철도만 건설해 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투자에 대한 경험을 상기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부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경협 문제는 기본으로 돌아가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성과 기본’이 너무 무시되고 감성이 앞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구열 유니스트 교수·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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