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의 거짓과 위선적 언동
대인관계 훼손하고 신뢰 해쳐
우리사회에 팽배한 불신 조장

▲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 박사

작금에 이르러 대외적으로 북-미 및 한-일관계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쳐 거짓과 진실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사기 범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3년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 횡령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불명예의 배경에는 우리 말과 행동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할 사회지도층과 공인들의 거짓과 위선적 언동이 대인관계를 훼손하고 신뢰를 상실하게 함을 부정할 수 없다.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환경조건으로 대인공간이라는 것이있다. 인간적 교류에는 밀접거리, 개체거리, 사회거리, 공중거리 등 네 가지가 있다. 공중거리일수록 멀고 밀접거리일수록 가깝다.

밀접거리는 0㎝(0ft)에서 45㎝ 사이의 거리이다. 애인끼리 사랑의 표시를 하거나 친구에게 악수나 위로를 건네는 거리다. 이 거리는 시각보다는 촉각과 후각이 더많이 사용된다. 이를 촉각 커뮤니케이션의 간격이라고 한다. 개체거리는 45㎝~1m20㎝ 사이로, 친구 간에 정상적으로 대화를 하거나 파티 장소에서 서로 대화하기에 적합한 거리이며 촉각보다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 사회거리는 1m20㎝~3m60㎝ 사이다. 공식적인 상호작용의 거리를 넘어선다. 비즈니스, 인터뷰, 임금협상 등에서 사용되며 청각과 시각이 주로 이용된다. 개인적인 관계가 없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간격이다. 공중거리는 3m60㎝ 이상의 거리에 해당한다. 정치가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나 연극인이 무대에서 연극을 할 때의 거리이며 대중커뮤니케이션의 간격이다.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를 때도 이에 해당한다.

직장에서나 기타 사업적인 관계에서 가장 적절한 대화에서는 개체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부담감을 주기 쉽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설득의 효과가 떨어진다. 8m이상 떨어지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불교에서는 말을 진언, 지언, 기언, 망언으로 분류한다. 가장 참되고 고귀한 말을 진언(眞言)이라고한다. 당초 석가모니의 말만을 진언이라 했지만 지금은 참된 말도 진언이라 한다. 그 다음 도리에 맞는 지당한 지언(至言)이 있다. 가장 못된 말을 기언(綺言)이라 한다. 교묘하게 꾸며대며 겉과 속이 다른 기언은 열가지 악(十惡)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기언 못지 않게 나쁜 것이 망언(妄言)이다. 그것은 헛된 말로 남을 어지럽게 하는 거짓말이다.

노자도 말을 신언과 감언으로 분류했다. 신언(愼言)은 꾸밈이 없는 진실된 말을 가리킨다. 그리고 감언(甘言)은 꾸밈이 있고 거짓이 섞인 미언(美言)을 말한다. 노자는 신언과 감언을 가려내야 한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곧잘 교묘히 꾸며대는 교언(巧言)이라든가 요염하게 교태를 부리는 교언(嬌言)에 현혹된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때는 딴청을 부리는 타언(他言)을 한다. 말을 잘 꾸며대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처음엔 그럴 듯한 말을 한 다음 허위를 슬쩍 끼워 놓는다. 초두효과(初頭效果)를 노리는 것이다.

진담과 농담, 허와 실을 뒤섞은 말처럼 고약한 것도 없다. 처음에는 이 말을 했다가 나중에는 딴청을 부리는 후언(後言)이라는 것도 있다. 무책임하게 이 사람에게는 이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는 저 말을 하는 방언(放言)도 있다.

중국에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언행일치(言行一致), 불언행동(不言行動), 불언불실행(不言不實行), 유언불실행(有言不實行) 등 네 가지가 있었다. 언행일치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으로, 할 말도 하고 할 일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장 믿음직스런 사람으로 간주했다. 불언행동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지 않지만 할 일은 다하는 사람으로 중간급에 속한다. 불언불실행은 할 말도 안하고 할 일도 안하는 것으로 이런 사람은 하급으로 평가된다. 불언불실행은 말은 그럴 듯하게 해놓고서 행동은 전혀하지 않는 사람으로 악인으로 평가된다.

인간관계에서 언행일치를 제일로 친다. 잔뜩 기대를 갖게 해놓고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 약속을 해놓고서 지키지 않는 사람은 문제다. 사람은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전가도 문제다.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은 책임전가다. 잘못된 것을 자기가 아닌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과연 그들은 품위있는 언어를 사용하며 언행일치하는가?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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