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약재 한 첩을 재탕, 삼탕을 우려먹던 시절, 약탕기는 빌려 쓰기도 어려운 귀한 용기에 속했다. 약탕기는 탕약을 끓이는데 사용하는 도구로, 약탕기를 빌려주는 것은 아픔의 고통과 위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과 같았다.

약탕기는 엄격하게 구분하면 옹기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흙의 재료를 옹기토가 아닌 백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토 중에서도 흙의 입자가 가장 거친 흙을 사용하다 보니 도자기 장인이 아닌 거센 흙을 자주 만지는 옹기장인이 만들기에 적합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대다수 옹기공장은 약탕기를 만들어 판매했다. 지금까지도 옹기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약탕기는 옹기마을의 중요 상품 중 하나이다.

약탕기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릇의 두께를 유독 두껍게 만든다는 점이다. 약재의 성분을 최대한으로 추출해내려면 열을 천천히 골고루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 약탕기

약탕기가 얇아서 약재가 고열에 직접적으로 닿는 경우 약재의 성분 파괴가 쉽게 이루어질 우려도 있고 오랫동안 뭉근히 끓이기도 어려워진다. 우리가 흔히 풍로에 약탕기를 올려놓고 부채질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은은한 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바람을 일으켜 불길과 온도를 조절하는 모습인 것이다.

가스레인지가 없던 시절에 사용하던 풍로에는 숯을 사용했는데, 숯 중에서도 뽕나무숯을 최고로 쳤다. 일반 나무의 숯은 불이 잘 붙으면서도 화력이 순간 높게 올라가고 금세 불씨가 사그라드는데 반해 뽕나무 숯은 불이 쉽게 잘 붙으면서도 열을 은은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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