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온산리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한 대규모 산업용지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파도의 영향으로 지반이 깊게 패는 세굴(Scour)로 도로가 훼손된 것에서 시작해 방파제와 전용부두까지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는 상태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균열이 아니라 사람이 오갈 정도로 큰 갈라짐이 세갈래로 발생했다. 지진이 난 것처럼 파괴력이 컸다는 전언도 있다. 해안과 접한 공장용지까지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공유수면 매립은 심각한 자연환경의 변화를 초래한다. 자칫하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 공유수면의 매립은 2008년 시작됐다. 5개 기업체가 매립권을 취득해 2011년 준공했다. 공장부지난으로 인한 ‘탈울산’이 지역사회의 중요 이슈였던 시절이다. 때문에 울주군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도 우려를 안고 매립에 동의했다. 하지만 공장용지를 조성한 지 불과 8년여만에 이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 것으로 미뤄 총체적 부실공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파도가 테트라포드를 지나 도로의 지반을 세굴한 것도 모자라 방파제 붕괴와 부두 균열이 발생했다면 세굴방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는 도로와 방파제를 전면 통제하고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도로 순찰 중 파손을 발견하고 원인분석에 들어갔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던 중 점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에 1억8000여만원을 들여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간 것이다. 도로와 방파제로 나눠 시설물에 대한 물리적 기능적 결함을 조사하고 구조적 안전성과 손상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도로와 방파제의 연쇄적 붕괴도 우려되고 있어 차량과 사람의 접근은 통제됐다. 기업들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당장의 손실에 급급, 더 큰 재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곧 해빙기다. 추가 균열과 붕괴의 우려가 크다. 또다시 안전불감증으로 피해를 키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에는 안전조치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원인에 따른 책임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울산시는 이 도로를 기부채납받았다. 최근 공장확장을 위해 이 매립지를 매입한 기업도 있다.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비용을 두고 심각한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논란의 장기화를 예방하려면 명확한 원인규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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