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봄은, 3월은, 사람이 오는 계절이다.

지난 2월, 고3 시절을 함께 했던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올해 다시 3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다시 어김없이 봄은 오고 다시 어김없이 사람도 내게로 왔다. 선생님 제 이름이 머게요? 민주!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아이도, 제 이름은요? 반 아이들이 장난스런 눈빛으로 시험 치듯 내게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우와’ 하며 안심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정답다. 우리는 또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 1년 동안의 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늘 3월이면 다짐하는 것들···학생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고 배려 깊은 선생님이 되자는 결심들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티를 못 벗은 중학교 1학년, 나는 그해 봄이 시작될 무렵에 나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지금껏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 가장 따뜻했다. 긴 눈썹 아래 나(아마도 우리 모두)를 긍정하는 눈과 말없이 전하는 따뜻한 어깨의 토닥거림과 위로···.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법,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방법,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은 표현하는 방법 등 선생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없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그 분의 모습에 물들어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 그렇게 사람이 사람에게로 다가오는구나, 다가가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의 더께는 그렇게 고운 빛깔이었으면 했다.

지난 2월에 서울에 다녀 온 적이 있다. 여전히 서울은 복잡하고 뿌옇기만 했다. 긴 차량의 행렬과 미세먼지로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참 답답한 일이다. 생각해 보니 나의 고 3시절도 그랬다. 예전에 가족과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 차 일본에 갔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세심하고 친절하며 설명도 잘 해주고 쇼핑도 강요하지 않는 여행 가이드를 만나 그 첫 여행은 내내 편안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인생의 가장 힘든 때라 할 수 있는 고3 시절, 한 배를 탄 우리는 같은 꿈을 꿀 것이다. 그 길을 우리는 함께 걸을 것이다.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주고, 강요하지 않는 배려심이 남다른 그런 여행 가이드가 되어 이들에게 멋진 추억들을 선물해주고 싶다.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 돌려주고 싶다. 이들이 고3이라는 인생의 장애물을 따돌리고 멋있게 골인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모두 자신만의 노래가 있을 것이다. 모두들 그 노래를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불렀으면 좋겠다.

봄은, 3월은, 사람이 오는 계절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방문객’(정현종)

시인은 말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그 갈피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바람의 마음을 흉내 내고 싶다.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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