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시조시인

정제된 감성의 단시조를 매주 한편씩 소개합니다. 울산을 비롯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해설과 함께 싣겠습니다. 일상을 접고 잠시 숨을 고르며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까마득한 돌 속에서 비명소리 달려온다
돌도끼 날을 벼린 선사의 갈기를 잡고
장엄한 生死의 초침이 내 이마에 꽂힌다

                                       -한분옥

바위 절벽에 새긴 그림을 바라본 시인은 비명이 달려온다고 했다. 왜일까. 비명은 비명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와 또 다른 내가 아닌 내 이마에 초침이 꽂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사의 변종에 지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先史人들은 돌에서 영원불멸의 꽃이 피어나기를 염원했다. 선사와 현대를 이어주는 고리가 돌고 돌아와 장엄한 生死의 시간을 비춰 보려는 시인의 뜨거운 마음이 읽힌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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