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중공업등 5개 기업...바다 메워 공장용지 준공

▲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한 대규모 산업용지 방파제와 도로가 연쇄 붕괴되고 있다. 세진중공업 전용부두(물양장)와 연결된 방파제가 폭격을 맞은 듯 갈라져 기울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갈라진 세진중공업 전용부두 방파제.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세진중공업등 5개 기업
바다 메워 공장용지 준공
기부채납한 도로·방파제
파도영향으로 균열 심화
市, 긴급 안전진단에 착수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한 대규모 산업용지가 매우 심각한 안전상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굴현상(파도의 영향으로 도로의 지반이 깊게 패이는 현상)에서 시작된 배후도로의 균열이 방파제(방파호안) 붕괴는 물론 기업체 전용부두로까지 확산되면서 공장용지 전역이 위태롭다. 해안과 접한 산업용지의 안전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울산시는 도로와 방파제를 전면 통제하고 긴급진단에 착수했다.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문제가 일고 있는 산업용지는 울주군 온산리 1220 일원이다. 2008년 5개 기업체(대원에스앤피, 동성씨테크, 세진중공업, 강림중공업, 한텍)가 각각 공유수면 매립권을 취득해 바다를 메워 2011년 공장용지를 준공했다.

당시 5개 기업은 각자 기반시설로 건설된 도로와 방파제 시설을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도로(우봉이진로)의 규모는 길이 1179.2m, 폭 30m이다. 또한 도로를 에워싸고 있는 방파제도 시설관리권을 시에 넘겼다. 현재 해당 산업용지는 세진중공업과 고려아연이 사용하고 있다. 최근 S-OIL이 매입한 옛 현대중공업 온산공장도 포함된다.

 

도로파손 등은 2018년 9월 울산시의 도로순찰 중에 발견됐다. 시는 원인분석을 위해 도로 터파기 작업을 실시했지만, 매립지인 탓에 원인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는 사이 도로파손은 확산됐다. 현재 도로는 제법 굵은 철근이 도로 밖으로 노출돼 있고, 도로 전반에 걸쳐 균열이 심각했다.

해안과 상당한 이격거리를 두고 있는 도로 한복판 균열된 틈 사이로 파도 소리까지 크게 들린다. 도로를 지탱하는 지반(기층재 등)이 없기 때문이다. 육안으로는 도로로 보이지만, 아스팔트 아래는 파도가 오가는 다리와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파손 도로의 길이는 250m이지만, 취재진의 확인 결과, 도로 곳곳에 균열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울산시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도로 전체를 차단한 상태다.

문제는 도로는 물론 파도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방파제까지 붕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세진중공업 전용부두(물양장)와 연결된 방파제는 폭격을 맞은 듯 심하게 파손됐다. 세갈래로 난 대형 균열은 사람이 오갈 정도로 크다. 균열 당시 지진이 난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는 게 인근 기업의 전언이다.

 

현재 방파제는 붕괴 직전으로 방파제 균열은 세진중공업 전용부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미 부두의 상당 부분에서 균열이 났고, 계속 진행 중이다. 세진중공업의 부두가 제기능을 못하면 주력인 선박데크하우스를 발주처에 넘길 수 없게 될 수 있다.

문제의 시작은 세굴현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바다에서 몰아치는 파도가 겹겹이 쌓아 놓은 테트라포드를 넘어 도로 지반의 기층재인 모래와 자갈을 바다로 쓸어내려 버린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해빙기에는 균열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도가 도로와 방파제를 비롯해 산업용지 지반까지 갉아내면서 대규모 산업용지 외곽 전체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울산시는 총 1억1800만원을 긴급 투입해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정밀안전진단은 ‘도로’와 ‘방파제’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파손된 도로 진단 용역비는 6800만원이며, 위치는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우봉이진로로 길이 120m, 폭 30m이다. 시설물에 대한 물리적 기능적 결함을 조사하고 구조적 안전성과 손상상태를 점검한다. 방파제 안전진단은 울산시종합건설본부 자체 예산 5000만원으로 진행된다. 종합건설본부는 세진중공업에 안전조치를 통보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연쇄적으로 도로와 방파제가 붕괴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며 “차량과 사람의 접근을 통제했고, 진단 결과를 보고 대처방안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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