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 품은 절경(일산동·방어동)

▲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거문고 연주처럼 들린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슬도는 오랜 세월 조개가 뚫은 120만개의 자그마한 구멍으로 섬 전체가 뒤덮여 있다.

울산 동구하면 외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현대중공업의 골리앗크레인이다. 동구에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가 자리하고 있다보니 골리앗크레인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왕암공원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동구에서 꼭 가봐야할 곳이 됐다. 1960~1970년대 울산 토박이들 사이에서 소풍·수학여행 장소로 유명했던 대왕암공원은 지난 2017~2018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토박이인 나경상(가상인물)씨가 일산동에 위치한 대왕암공원과 방어동 일대의 숨은 명소를 10배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한국관광 100선 오른 대왕암공원
기암괴석이 빚어낸 풍광에 감탄
입구부터 이어지는 송림길 ‘백미’

솔바람길 끝자락엔 ‘곰보섬’ 슬도
파도소리 벗삼아 산책하기 안성맞춤
전국서 낚시꾼 몰려드는 핫플레이스

옛풍경 간직하고 있는 방어진항 일원
일제 적산가옥·100년 넘은 목욕탕도

◇이야기가 있는 대왕암공원 솔바람·해파랑길

동구 주민들이 추천하는 동구 관광 일번지는 단연 대왕암공원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아름드리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대왕암공원은 동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겐 필수코스다. 공원 입구에서 대왕암까지 이르는 송림길은 울산 12경 중 하나로 운치와 멋을 모두 갖추고 있다.

공원 내부를 가로지르는 송림길 외에도 대왕암공원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 나경상씨의 추천은 대왕암 솔바람·해파랑길이다. 해안둘레길을 따라 바깥 막구지기에서 슬도까지 4.4㎞에 이르는 솔바람길은 초광역 걷기여행길인 해파랑길에 포함돼 있다.

▲ 대왕암공원 해안산책로인 솔바람길을 걷다보면 송림 사이로 탁 트인 바다와 동구의 해안절경이 보인다.

솔바람길 코스의 예상 소요 시간은 1시간20분이다. 하지만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왼쪽으로 바다와 기암괴석을, 오른쪽으로는 무성한 소나무를 끼고 걷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연신 사진 셔터를 누르게 돼 시간은 무의미해지고 만다.

조선시대 대왕암공원 일대는 말을 기르는 목장이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군사시설을 은폐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는데 당시 심은 소나무가 마치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우리 민족처럼 기암괴석 사이에서 모진 해풍을 이겨내고 해송과 곰솔군락을 이뤄 오늘날 절경을 보여주고 있다.

솔바람길을 걷기 전에는 꼭 공원 내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안내책자를 받아가자. 솔바람길은 뱃길을 어지럽히던 청룡이 봉인됐다는 용굴 전설이나 일제시대 때 고락을 함께 했던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부부송 등을 만날 수 있는 스토리텔링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돼 바위섬 아래에 잠들어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대왕암 야경.

대왕암공원 근처에는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많은데 이들이 잡아오는 해산물을 얻어먹으려는 길고양이들도 많다. 혹 길을 걷다가 고양이들을 만나도 놀라지말자. 대왕암공원과 기암괴석은 이들의 집이다. 대왕교 인근에는 대리석을 고양이 모양으로 깎아 만든 ‘고양이 벤치’가 있을 정도다.

◇젊은 연인들도 낚싯대 들고 찾는 슬도

천혜의 절경을 양쪽으로 끼고 대왕암공원 솔바람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지막에 도착하는 슬도는 최근 전국에서 몰려드는 방송 카메라와 낚시꾼들 덕분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연주하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뜻을 지닌 슬도의 또다른 이름은 곰보섬이다. 오랜 세월 바위에 붙은 조개들이 뚫은 120만개가 넘는 자그마한 구멍으로 섬 전체가 뒤덮인 곳이다.

▲ 대왕암공원 솔바람길을 따라 걷다보면 슬도에 도착한다. 최근 낚시꾼들 사이에서 낚시 명소로 이름이 높아지고 있는 슬도에는 사계절 내내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친구2’에는 주인공인 은기가 방파제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슬도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낚시 명소이기도 하다.

낚시를 좋아하는 나경상씨는 슬도등대에서 오른쪽 붉은색의 방어진등대로 이어지는 방파제 좌우를 명당으로 추천한다. 특히 겨울철이면 학꽁치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모여들어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에서 낚시대를 드리운다. 이처럼 명성이 자자하다보니 지난 8일 채널A 낚시 전문 예능프로그램인 ‘나만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서 대물 우럭을 낚기 위해 슬도를 찾기도 했다. 최근에는 색다른 데이트를 원하는 젊은 연인들도 낚싯대를 들고 슬도를 찾고 있다. 낮은 바위섬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서 손맛도 즐기고 시간도 함께 보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 3조인 셈이다.

◇방어진항에 꼭꼭 숨은 명소 찾는 재미

방어진항은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어 일찍부터 동아시아로 뻗어나가는 관문 구실을 했다. 일제시대엔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면서 청어, 정어리, 고래 등의 수산 자원이 가장 많이 잡혀 동해안 최대 어항 중 하나였다.

솔바람길을 따라 슬도까지 걸어오느라 주린 배는 방어진 슬도활어직판장이나 방어진활어센터를 방문해 채울 수 있다. 활어직판장에는 방어진 앞바다에서 갓 잡아온 전복, 굴, 멍게, 우럭 등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보고 듣는 걸 넘어 입도 즐거워야 진정한 여행의 완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배를 채웠다면 방어진항 인근에 숨은 명소를 찾아 떠날 때가 됐다. 방어진항에서 몇 걸음 걷지 않으면 방어진 옛거리(적산가옥거리)가 나온다. 1900년대 초 어업자원 수탈을 위해 일본인들이 대거 이주해오면서 일본식 적산가옥이 들어서 거리를 이뤘는데, 방어진 옛거리에는 아직까지 그 시절 지어진 적산가옥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픈 역사이지만 동시에 동구가 지나온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리이다.

옛거리 안에 위치한 ‘장수탕’ 역시 일제강점기인 1915년 지어져 100년의 세월을 버텨온 목욕탕으로, 아직까지 영업중이다.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인들도 많이들 찾고 있다. 나경상씨는 방어진을 1000년간 지켜왔다는 방어진 곰솔나무에 소원을 빌며 이번 여행의 소중한 추억을 머리와 가슴에 담는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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