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이제 완전히 봄이다. 가끔씩 추운 날도 있어 아직 겨울이고 싶기도 하지만 경칩도 지나고 사방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고 있어 눈과 귀가 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희망의 봄맞이 음악회가 여러 나라 많은 도시에서 열린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봄에 관한 음악이 많다. 특히 봄노래가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우내 추위를 견디어내고 초봄에 꽃을 피우는 매화, 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목련은 가장 많이 불려지는 가곡의 소재다. 또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에는 개나리가 등장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라는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노래로 불려진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로 시작하는 소월의 시 산유화도 있다.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를 잘못 말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있지만 산유화라는 꽃은 없고, 이 노래는 농사 지을 때 부르는 농부가의 일종인 메나리다. 자기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도 아름다운 노랫말로 등장한다. 정말 수없이 많은 봄꽃에 대한 노래가 만들어져 애창하는 사람도 많고 연주무대에도 자주 올려진다.

봄꽃은 축제를 만들고, 축제엔 봄꽃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칙칙하던 겨울 하늘을 하얗게 밝혀주는 벚꽃은 우리나라 전 국토를 거슬러 올라오며 전국적으로 축제가 열린다. 제주(3월25일께)에서 제일 먼저 피어 3월말에 육지에 상륙했다가 강릉(4월5일께) 서울(4월10일께)로 올라가고, 북쪽인 신의주 함흥(4월25일)과 최북단인 청진(5월5일)까지 이어진다. 일본 국화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피는 서귀포의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토종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죄없는’ 벚꽃을 그리 멀리할 일은 아닌 것도 같다.

#추천음악

봄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곡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인 스트라빈스키가 이 음악을 쓰는 과정에서 자아를 확실하게 증명하는 계기가 된 곡이다. ‘봄 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젊은 여자를 제물로 바친다’는 발레음악이다.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발레공연에 가 보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춤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워진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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