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확정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관련 법안 8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여야 합의대로 차질없이 의결된 것은 그만큼 국민의 요구가 엄중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세먼지 해결에 추경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특별교부금 사용도 가능하므로 국가적인 대책이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달라지는 것으로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LPG차량을 일반인들이 살 수 있게 됐다.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때늦은 정부 대책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수립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이다.

우리 국민은 근래들어 매일같이 반복되는 미세먼지의 공습에 삶의질 저하를 실감하고 있다. 특히 공단으로 둘러싸인 울산은 그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 속에 독성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다량 포함돼 있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울산의 환경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UNIST 최성득 교수는 “다른 지역은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여름철이면 PAHs 농도가 줄어들지만 울산은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고려대 이종태 교수도 “울산은 미세먼지 10㎍/㎥ 올라갈 때마다 사망률이 4.9%나 상승한다”고 했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미세먼지 속에 독성물질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PAHs는 유기물의 불완전연소시 나오는 독성물질로, 차량에서도 배출되지만 석유화학공단과 비철금속공단이 주요 오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국가적 문제라고 해서 정부의 대책에 기대고 있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산업계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울산형 대책’을 수립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송철호 시장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1월 주간업무보고에서 “공단지역 등에 대한 시기적절한 단속과 계도활동을 통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난지 얼마 안 됐다. 독성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 때문에 또다시 대기오염도시로 낙인 찍힐 지도 모른다.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인구증가도 어려워진다. 시커먼 굴뚝 연기를 자랑삼던 시대는 지났다. 경제 활성화도 미세먼지 대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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