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울산항 원유부이 이설 시뮬레이션 용역 결과는 해양수산부가 2조9천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울산신항만 개발공사를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해 왔는지를 반증해주는 한 단면이다.

 원유부이는 원유를 대형 유조선으로부터 공급받아 송유관을 통해 육상기지까지 보내는 시설로 울산항에 5기가 밀집해 있어 가동이 중단될 경우 국내 원유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되는 국가기반시설이다.

 그러나 울산신항만 기본계획 수립 당시 원유부이의 존재는 단순한 해상지장물로 인식됐고, 지금은 이설문제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돌변했다.

 해양부는 지난 95년부터 정부공사 발주에 도입한 턴키(설계시공일괄)방식을 울산신항만 개발사업에 시범적으로 적용한데다 원유부이 이설안도 모의실험 한번 거치치 않은 채 도면을 앞에 두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해양부와 울산지방해양청의 태도는 울산신항만 추진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

 해양부는 원유부이 시설소유주들이 정부공사시 원유부이를 이설키로 한 당초의 허가조건상의 약속을 저버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한데다 재정비용역 결과에 따라 원유부이를 이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해양청도 기술적 접근이 가능한 부분을 지역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예산을 따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점을 분산시키는데 열심이다.

 해양부, 특히 울산해양청은 원유부이를 이설하지 않을 경우 울산신항만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수없이 되짚어보아야 한다. 울산신항만은 울산역사상 최대규모공사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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