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 무색한 불경기
지난해 초과세수는 25조원 넘어
세금 고부담만큼 혜택 받고있나

▲ 권문업 우성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요즘 살림살이 좀 어떠신가요?” 나라전체가 다 어려웠다는 IMF때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주변 여기저기서 다 울상을 짓고 있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약간의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서민경제, 생활경제의 흐름을 현장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울산시민이 체감하는 불경기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지표 곳곳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고 경기하락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는데 전혀 실감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달러 환율을 1000원으로 단순계산하더라도 4인가족 기준 1억2000만원의 소득이 있다는 얘긴데 그 정도의 고소득 가정은 어디에들 계시는지….

유독 한 곳, 돈이 넘쳐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정부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의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국세수입이 279조9000억원으로 당초 연간 국세수입 추산액 268조1000억원을 이미 11조8000억이나 초과했다. 세수가 몰려있는 12월 국세수입을 감안하면 2018년도 초과세수 규모는 2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수초과 상황은 2016년 19조7000억원, 2017년도 23조1000억원 등 3년째 계속되고 있다. 25조원이면 얼마나 큰 돈일까? 우리나라 국민수를 5000만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5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액수이다. 그만큼 많은 세금이 더 걷혔다는 말이다. 가계도 기업도 다들 어렵다고 울상인 지금의 상황에서 그 만큼의 세금이 더 걷혔다니 선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세금을 얼마만큼이나 내고 있을까? 한 국가에서 그 국가의 국민이 세금부담에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의 수입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을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 벌어들인 소득은 세금으로 납부하고 세금해방일 이후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을 한다는 의미이다. 세금해방일은 조세총액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연간 일수로 환산하여 산출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자유기업원에서 3월 하순경 발표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3월26일을 세금해방일로 발표하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4월24일, 스위스 5월1일, 캐나다 6월7일, 영국 6월12일, 독일 7월19일, 프랑스 7월27일, 노르웨이의 경우 7월29일이 세금해방일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세금해방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이 무척 빠른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아주 낮은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우리 국세청에서도 그렇게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조세총액의 집계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은 사회보험료와 실질적으로 세금에 해당하는 각종 기금, 분담금은 포함되지 않은, 용어 그대로의 세금만을 집계하여 발표하는데 비해 다른 나라는 이런 부분이 세금의 형태로 포함되어 계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을 독일의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보면 5월 이후, 심지어는 6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납세자연맹은 지적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국민소득 3만달러의 정체, 초과세수문제와 세금해방일 산정방식의 문제를 엮어서보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의 절반이상을 공공부분이 가지고 있으며, 우리 국민은 고부담의 세금을 내면서도 복지혜택은 적게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론을 가능케한다.

초과세수문제는 단순히 예측치를 잘못 계산한 기획재정부의 실수만을 지적할 일이 아니다. 25조원에 달하는 초과세수를 미리 파악하였더라면 재정운용을 더욱 확장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복지 강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정책기조로 삼고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돈을 풀어 경기활성화에 나설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근거있는 비판이다.

내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내가 낸 세금이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이 엉뚱한 곳에서 내 돈을 허투루 쓰도록 내버려두는 꼴이 된다.

그나저나 순수하게 내 주머니로 소득이 들어온다는 반가운 올해의 세금해방일은 언제가 될까?

권문업 우성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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