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英 런던 테이트모던

▲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을 앞두고 최근 시 관계자가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온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사진은 전시장을 가득 채운 설치미술작품.

템스강 관광객 유치 위해 조성
20세기 이후 현대작 전시 원칙
7층 높이 웅장한 입구부터 압도적
발전소 랜드마크였던 99m 굴뚝
밤이면 등대처럼 변신 ‘상징’으로
울산시 시립미술관 건립 앞두고
벤치마킹 위해 다녀와 결과물 주목
현대자동차, 파트너십 체결 통해
매년 1명의 작가 선정, 전시 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2018년 12월 개관)은 ‘한국판 테이트모던’이라고 불린다. 행복한 미술관 여행(본보 1월30일자 20면 보도)에서도 한차례 다뤘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은 오래 된 화력발전소를 방치하다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벽돌로 만든 벽면과 세로로 긴 선을 만들어 내는 창문, 그리고 랜드마크인 굴뚝은 예전의 외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발전소의 내부만을 완전히 리모델링 해 미술관으로 바꾸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역시 버려진 공간에 문화의 옷을 입혔던 터라 그 같은 별칭이 붙여졌다.

최근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울산시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영국 런던을 다녀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이트모던이 울산에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 테이트모던의 웅장한 출입구 로비.
 

울산시립미술관은 2021년 연말께 개관한다. 시립미술관에서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그림과 조각 등 전통적인 개념의 미술작품도 보여주겠지만 그 보다는 현 시대의 예술과 미술에 좀더 방점을 찍은 것이다.

첨단산업도시 울산에 최초로 세워지는 공립미술관이기에 디지털 미디어를 비롯해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온갖 창작활동이 미술관 안에서 융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러 미술관이 공존하는 런던에서 테이트모던은 울산시립미술관이 지향하는 현대미술로 영국은 물론 세계의 미술 흐름을 주도하는 갤러리다.

그렇기에 그 곳을 다녀온 울산시가 조만간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그에 따라 시립미술관은 또한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지, 미술관을 기다려온 시민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테이트모던은 마크 어빙 등이 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2009)에 포함돼 있다.

1981년 문을 닫은 뱅크사이드(Bankside) 발전소는 2000년 밀레니엄과 함께 미술관으로 재탄생 했다. 낡은 공간의 문화적 재생으로 관광객을 늘리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도 확실한 효과를 내고있다. 이 곳에서는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템스강 반대쪽과는 미술관 개관과 함께 새로 지은 밀레니엄 브릿지로 연결된다. 강 건너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건물 외벽이 직육면체로 보인다.

▲ 테이트모던 내 라이브러리.

모두 붉은 벽돌이다. 건물 한쪽에는 원래 발전소용으로 사용하던 높이 99m의 굴뚝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반투명 패널을 사용해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도록 개조했다. ‘빛나는 굴뚝’은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져 ‘스위스 라이트’(Swiss light)라고도 불리는데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 와 테이트모던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개관 이후 미술관은 한차례 증축을 시도했고 2016년 본관 남쪽에 새로운 신관을 개장했다. 야외데크는 전망대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내 전시를 감상한 뒤 탁 트인 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템스강과 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은 무엇보다 웅장한 입구가 압권이다. 화력발전소의 터빈이 있던 장소(터바인 홀)였다. 천장은 7층 높이, 바닥 면적은 3400㎡이다. 평 수로는 1000평이 넘는다. 이 곳은 해마다 바뀌는 대형 현대미술(설치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의 얼굴과 같은 곳이다. 2층은 상설전시관, 3층은 특별기획전시관, 4층은 상설전시관이다. 19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실험성이 강하다고 평가됐던 현대미술이 두루 전시돼 있다. 앤디 워홀과 앙리 마티스, 마르셀 뒤샹 등 세계적인 거장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미술관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현대미술관 중 하나다. 현대미술의 대중적 접근을 시도하며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떤 이는 그 공간을 돌고 돌다 현대미술의 아우리가 빚어내는 그물망에 갇히거나 그 아우라를 견디지못해 미로에 갇히는 두려움을 품을 수 있다며 혀를 내두른다.

▲ 테이트모던에 전시된 팝아트 작품.

우리가 테이트모던을 좀더 친숙하게 바라봐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울산에 생산공장을 둔 현대자동차(주)가 그 곳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커미션’이라는 제목으로 해마다 열리는 대형 전시 프로젝트는 2014년 현대자동차와 테이트모던이 체결한 11년 장기 후원 파트너쉽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마다 1명씩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 줄 특정 작가를 선정한다. 이후 테이트모던의 중심부인 터바인 홀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새로운 현대미술작품을 보여주게 된다. 3월 초 발표 된 2019 올해의 작가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인 카라 워커다. 오는 10월 테이트모던에서는 ‘현대 커미션:카라 워너’전이 개막한다. 이같은 작업에는 울산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2011) 예술감독이자 베니스비엔날레(2017)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이대형 씨가 동참하고 있다.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사진제공=울산시·임영재 울산대 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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