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지방의 현실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울산형’과 같은 이름이 붙은 맞춤형 정책을 선호한다.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재난으로 규정함으로써 범정부적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전국적 현상이므로 지방형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세먼지에도 울산만의 뚜렷한 특색이 있다.

그 특색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다른 도시에 비해 산업시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세먼지에도 독성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속 독성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거나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도시에 비해 2배로 높다’는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울산형 미세먼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울산시가 ‘울산형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14일 발표했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확정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관련 법안 8건이 제정된데 따른 후속조치를 발빠르게 내놓은 것이다. 특히 ‘울산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울산 미세먼지의 특성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울산형 미세먼지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상저감 조치 의무 사업장 외 대형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까지 비상저감조치 이행을 확대하는 것이다. 울산지역 비상저감조치 이행 대상 사업장은 현재 46개이다. 이를 174개로 늘린다. 의무사업장 17개는 그대로이지만 권고 사업장을 29개에서 157개로 확대했다. 연간 20t 이상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대기 1, 2종 사업장이 대상이다. 이날 시가 내놓은 자료(2015년 국가 대기오염물질배출량)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는 이동오염이 83%(비도로 46%, 도로 37%)를 차지한 반면 울산은 산업시설의 영향이 63%(제조업연소 38%, 생산공정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사각지대인 사업장 관리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고농도 미세먼지 감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 지역대기오염 배출총량제 도입도 강력한 대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자동차 보급 활성화, 수소테크노시티 구현,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울산항 대기측정망 확충 등 실효성 있는 대책들도 강구됐다. 남은 것은 강력한 추진력이다. 자칫 기업규제 완화라는 이유를 들어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세먼지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물론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비용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규제강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울산형 미세먼지에 적확(的確)한 울산형 대책을 강력 추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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