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하는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쳐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12일 주민들이 수돗물을 확보하기 위해 거리에 빈 플라스틱 물통을 세워놓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의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 동쪽 지역에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로 600여만명이 제한급수를 받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16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트로 마닐라 동쪽과 인근 지역 120만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마닐라 워터'는 지난 14∼15일부터 가구당 6∼18시간씩 단수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은 지난 7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주민 수천 명이 급수차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병원도 소방차 등을 이용한 긴급 급수로 가까스로 버티는 실정이다.

인근 지역 농작물 피해도 심각해 파가디안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는 '마닐라 워터'의 취수원인 라 메사 댐의 수위가 68.85m까지 내려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따른 것이다.

건기가 지속하는 데다 엘니뇨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필리핀 기상청(PAGASA)은 설명했다. PAGASA는 우기가 시작되는 오는 6월 말까지 물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메트로 마닐라 전체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재난관리위원회(NDRRMC)는 "현재로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필리핀 재난 당국은 또 메트로 마닐라 서쪽에서 하루 5천만ℓ의 물을 동쪽으로 보내고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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