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 토론회가 난장판으로 끝났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울산시청 대회의실은 토론을 진행하려는 주최측과 반대측의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주최측이 토론회를 강행하자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학생의 마이크를 뺏으려는 반대측과 주최측 사이에 몸을 밀치고 욕설을 주고 받는 험악한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박병석 시의원의 사회로 이미영 부의장이 발제를 했고, 학성여고 학생과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의 토론회는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의 항의로 파행으로 치달았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보수 시민·학부모단체 회원들은 “청소년의회 조례는 아이들의 인성과 학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어른들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찬성측 시민단체는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의회를 통해 배우는 학습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만들겠다는 토론회다. 토론회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은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모습이다”고 반박했다.

이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의회 조례안은 울산에 주소가 있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만 12세~18세 이하 청소년이 주체가 돼 청소년의 정치적 참정권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울산시의회 운영 방식과 유사하게 진행하는 의회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청소년의회 의원은 임기 2년에 25명으로 구성되며 격년제로 7월에 선출된다.

시의회가 지난달 청소년의회 조례 상정을 유보한 것은 아직 여론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식적 논의의 자리인 토론회 개최도 성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청소년들은 그 동안 청소년의회 없이도 자체적으로 학교별·지역별 연합체나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의사를 전달해 왔다. SNS를 비롯한 소통구조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 조례의 가치가 있는 것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의회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는 지방의회의 미숙함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만하다. 반대측의 거친 항의와 감정대립 등은 차치하더라도 시의회 다수당이 주최한 행사라면 합리성과 순리, 설득 등이 담보돼야 마땅하다. 120개 중·고교 중 12개 중·고교 학생 13명과 현직 교사 6명만 참석시킨 것도 그렇고, 학부모단체에 대한 안배, 각 단위 학교의 입장 등에 대한 배려도 충분치 않았다. 강행 의지만 있고 결과는 없는 이런 행사를 여는 의도가 무언가.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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