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울산 남구

▲ 장기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울산 최대상권인 남구 삼산동 일대의 상가 공실률이 최근 30%대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은 울산시 남구 삼산동 일대 야경.

상가 공실률 매달 2~3% 증가
긴 불황속 장사포기 잇따라
한창때 1억 호가하던 곳도
권리금 회수 못한채 폐업
간소화된 회식 문화도 한몫

달동·옥동·야음동도 매한가지
지난해말부터 상가 임대료
평균 20~30% 가량 떨어져

매매·전세가격은 약보합세
동·북구 아파트 매매가격
두자릿수 이상 하락할때도
남구는 마이너스 4~5% 유지

#A씨는 지난해 9월 울산 남구 삼산동에서 80여평 규모의 고깃집을 차렸다. 가게를 시작할 당시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등 1억여원을 지불했으며, 월 임대료는 450만원이었다. 그러나 A씨는 불과 4개월 만인 12월에 장사를 포기했다. 아직 3년의 계약기간 중 2년 8개월이 남아 A씨는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포기하겠다고 전했다. 대신 6개월 분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으로 합의하고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삼산동 1층 상가에서 1년 6개월 간 카페를 운영하던 B씨는 최근 장사를 접었다. B씨 또한 3년의 계약기간 중 절반이 남아있어 억지로 가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달마다 나가는 300만원의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해봤자 적자만 쌓이는 형편이라 결국 B씨는 4개월 분의 월세를 미리 지불하고, 건물주에게 새로운 임차인이 나설 경우 자신이 계약당시 지불했던 권리금 5000만원의 절반이라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울산의 ‘강남’이라 불리며 ‘삼산불패’를 자랑하던 2019년 현재 삼산동 상권의 현 주소다. 현대중공업 발로 시작된 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되면서 울산에서 가장 목이 좋은 상권인 삼산동 일대에 빈 상가가 늘어나면서 최근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17일 울산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울산점에서 목화예식장 사거리까지 삼산동 상권의 공실률은 최근 3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산동 일대는 호황기 기준 1층 165㎡(50여평) 점포의 평균 권리금 1억원, 월 임대료는 300만~500만원에 이르는 울산 최고 상권이다. 이처럼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불야성을 이뤘던 상가들의 불빛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꺼지고 있다. 1층 점포는 물론이거니와 건물 2~3층의 빈 상가들은 큼지막한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려 장기매물로 나와있다.

고깃집을 운영했던 A씨는 “최근 기업체 회식 자체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회식문화도 1차에서 마무리하는 추세라 가게 매출이 도저히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매달 가게 운영비와 임대료를 부담하느니, 권리금을 포기하고 장사를 그만두는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삼산동 일대 상가 매물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상가 공실률이 매달 2~3%씩 오르고 있다”며 “상가별로 한창때 5000만원에서 1억여원에 달하던 권리금조차 회수 못하고 영업을 그만두는 가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남구 달동과 옥동, 야음동 등 주요상권들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이들 지역의 경우 상가 공실률이 삼산동처럼 급격히 높아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가 임대료가 평균 20~30% 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야음동에서 50여평 규모의 점포로 고깃집을 시작한 C씨는 6개월 만에 가게를 내놓았다. C씨는 “월 임대료가 250만원인데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적자만 쌓였다. 건물주가 200만원으로 임대료를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그것조차 버겁다”며 “가게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서면 오픈 당시 들었던 인테리어 비용 1억5000만원 중 5000만원만 받는 조건으로 가게를 내놓았다”고 푸념했다.

다만, 상권의 부진과 달리 남구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꾸준히 유지돼 매매·전세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남구는 지난해 울산 동·북구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할 때도, 마이너스 4~5%를 유지했다.

천미경 울산공인중개사협회장은 “울산 남구지역 아파트 매매가의 경우 지난해 바닥을 한번 치고 오르고 있는 추세”라며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옥동 울산대공원 일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뚜렷한 가격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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