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찬 울산 중구청 행정자치과장

지방자치제도는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제도로,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지방자치제는 1995년에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지방의회를 구성하면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중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동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 구는 지난 2000년까지 주민자치센터를 순차적으로 개소했고, 현재 13개 동에 25명 이내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그에 관련된 심의, 주민 화합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은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를 잘 모른다. 주민자치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내가 주민자치에 참여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에 서울 등 각 지자체에서는 최근 주민자치위원회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면서도 주민에게 더 큰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의 역할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참여를 넘어 주민이 주도하는 지방자치를 위함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물론 주민들이 직접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결정해 직접 추진도 한다.

지난해 민선7기에 들어선 중구는 구호에만 그치는 지방자치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했다. 그 중 하나가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이다. 시범사업의 본격 추진에 앞서 지난해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서울 금천구 시흥3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 금천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 동을 한 번에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다. 그중에서도 시흥3동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그곳 주민자치회 회장으로부터 인상적으로 들은 설명이 있다. 주민자치 관련 교육 6시간을 이수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위원의 후보로 신청할 수 있고, 후보자 중 50명을 추첨으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신청자가 얼마나 많으면 추첨까지 할까? 그 열의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시흥3동 주민자치회는 위원들이 분과를 구성해 활동하는데 필요한 사업은 주민총회에서 주민자치회 위원과 일반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해 추진했다. 이 주민총회는 정말 놀라웠다. 일반적인 회의가 아니라 마치 마을축제처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갖춰 많은 주민참여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은 즐거운 얼굴로 주민자치회에서 발굴한 여러 안건의 설명을 제안자로부터 듣고 투표하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투표권은 15세 이상의 주민에게 주어지는데 총회에 참석하기 힘든 주민을 위해 거리에서 사전투표도 진행한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교로 찾아가 사업을 설명하고 사전투표를 진행한다. 주민들이 직접 투표한 결과에 따라 선정된 사업이니 추진에 대한 주민관심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일찍부터 주민자치에 눈을 뜨고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벤치마킹과 다른 지자체의 추진현황 등을 참고해 올해부터 우리 구에서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2월 공모에서 태화동이 시범동으로 선정돼 내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 3월에는 관련 조례를 의회에 상정해 제도적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성공적 시범사업의 추진을 위해 예산편성 등 아직 준비해야 할 일이 많지만 앞으로 ‘즐거운 얼굴로’ ‘진지하게’ ‘내가 원하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주민들이 점차 늘어날 모습을 상상한다. 즐거운 미소가 절로 머금어진다. 이상찬 울산 중구청 행정자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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