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부는 전국에 걸쳐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발목이 묶여 사업추진이 안되고 있던 지역사업들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정부의 4대강 사업 보다 더 큰 토목사업이라는 야당의 비판도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한결같이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산재병원 2건을 얻어낸 울산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모처럼 한마음이 됐다.

그런데 정부의 애초 발표와 달리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25.3㎞) 건설이 전액 국비 투입이 아닌 일부 구간에 대한 건설·운영비가 울산시 부담으로 바뀌어버렸다. 예타면제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 적정성 검토 내역에 따르면 미호JCT~동해고속도로 범서IC~옥동·농소도로 가대IC까지 14.5㎞ 구간만 고속도로로 조성한다고 돼 있다. 나머지 가대IC~오토밸리로 호계IC~북구 강동 구간 10.8㎞는 ‘대도시권 혼잡도로’로 건설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대도시권 혼잡도로’는 울산시가 토지보상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건설비는 국가와 시가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 울산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000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기간을 7년으로 예상하면 매년 450억원씩이다.

이번 예타면제사업에 포함된 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강동까지 확장된 것은 송철호 시장이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다. 단순히 현재 도심교통 혼잡의 숨통을 틔우는 데는 미호JCT~동해고속도로 범서IC~옥동·농소도로 가대IC까지 14.5㎞ 구간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송시장은 명실상부 외곽지역을 순환하는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에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강동개발 가속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정부의 결정은 성장정체에 직면한 울산미래에 대한 송시장의 고심과는 달리 눈앞의 현실만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근시안도 문제이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점은 국토부와 기재부가 애초의 발표와 다른 결정을 KDI에 넘기면서도 울산시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국에 고루 예타면제 사업을 1~2건씩 배정한 것은 그 기저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있다. 그런데 지방정부와 의논도 없이 중앙정부가 애초의 약속과 다른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지방도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상명하달(上命下達)식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집중화는 그 정도가 심각해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대대적 인식 변화가 없으면 균형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