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3월23일 울산에서 조선소 건립 기공식이 열렸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 조선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로 A&P애플도어사의 롱 바톰 회장을 설득하고 마침내 영국 버클레이즈은행의 차관을 얻어내면서 결실을 보기에 이른,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신화의 산업이다. 창업의 신화는 근래까지도 이어져 지난 47년간 수많은 조선해양 신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울산은 명실상부 세계 1위의 조선도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몇해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일본의 협공에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제살깎기식 치열한 경쟁도 거들었다. 수주는 대폭 감소했고,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사업장을 폐쇄할 정도에 이르러 인력을 대폭 줄였다. 다행히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버텨온 덕에 지난해부터 수주가 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비롯한 조선수주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해양플랜트 수주소식이 날아들었다. 멕시코만에 FPS1기를 설치하는 공사로 수주금액이 5130억원인 작은 공사이지만 4년만의 수주다. 해양플랜사업부가 문을 닫은지 1년만인 올 7월에는 작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극복이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19일 송철호 시장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업 기능인력 양성 및 확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8년도 조선수주량은 전년대비 66.8% 증가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2018년 수주실적은 126척에 이른다. 2013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조선기능 인력 양성은 물론 어렵게 버티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그의 책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에서 조선소 건립과 관련해 “정부가 현대를 지정해서 조선소(造船所)를 만들도록 했다는 세간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면서 “조선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을 제공할 수 있고, 많은 연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종합기계공업으로서 외화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나라에 최상의 사업이라고 생각해 언젠가는 꼭 그 일을 하고 싶었다”고 적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 말은 틀리지 않다. 조선해양사업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부유식해상풍력발전 등 새로운 산업까지 흡수,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상의 사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 조선도시 울산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고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