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다독이며
발라낸
입덧이다
  
무딘 코 간질이며
흔들리는
눈빛 마냥

어둠을 벗어던지며
멀미하는
외등 마냥

▲ 김정수 시조시인

우리 삶에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을까. 봄의 발화도 그와 같다. 고통 끝에 비로소 화려함을 드러낸다.

‘무딘 코 간질이며 흔들리는 눈빛 마냥’ 맺혀있던 꽃봉오리가 갓 피기 시작하면 어느 꽃 할 것 없이 물기 머금은 봄바람에 제 몸을 흔들어 향기를 날린다. ‘어둠을 벗어던지며 멀미하는 외등’에서 시인은 짧지 않은 시간을 건너와 주위가 환하도록 피는 꽃을 꽃이라 말하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암시할 뿐. 숨겨놓은 그 메시지, ‘깊고 푸른 금강연金剛淵’의 보석이 아닐까.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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