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울산수출은 28.2% 증가하여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17.5%를 크게 앞질렀다. 수출실적도 140억 달러로 전국의 16%를 차지하였고, 지자체별로도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면서 산업수도 울산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개인소비 감소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출이 활기를 보여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수출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울산 수출의 특징은 자동차, 조선,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브라운관 등 소위 빅4의 수출이 거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를 울산지역의 중소기업이 수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삼성SDI 등 굵직한 기업 4개가 울산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상반기중 직수출 실적이 있는 울산업체는 162개로 총 기업체수의 10%도 채 안된다.

 물론 이들 대기업이 울산경제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울산경제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튼튼한 중소기업의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현대차 파업에서도 경험한 바와 같이 울산의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한 기업이 많았다.

 부산울산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으로 총 108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노사협상 타결 이후는 납품단가 인하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튼튼한 울산경제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여건의 개선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가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산업정책이나 기업지원을 중앙정부에서 전담하였으나, 지자제 실시 이후 지방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울산시도 다른 시도 못지 않게 지역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으나, 산업수도 울산으로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예를 들면 2003년도 이 부문의 예산이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적을 뿐 아니라, 강원도의 절반, 경기도의 20분의 1도 안된다. 그 이유는 울산에는 대기업이 많아 타시도에 비해 중소기업의 판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손길이 덜 필요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 파업에서 보듯이 대기업에만 의존할 수가 없으며, 산업수도에 걸맞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모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이나 일본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부품이나 협력업체들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모기업의 적극적인 기술 및 자금지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아로새겨야 한다. 해마다 납품가격 인하나, 만성적인 자금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의 협력업체와는 너무나 판이한 풍토이다. 협력업체가 든든해야 대기업이 튼튼해지며, 이것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스스로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필요하다. 울산은 대기업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게는 비교적 불황을 덜 느껴왔을 것이다. 올들어 심각한 내수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잘 나가는 몇몇 대기업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각종 경제지표가 상대적으로 나았다고들 한다.

 중소기업들에게는 대기업이 어느 정도 불황의 바람막이가 되었겠지만 다른 지역 중소기업에 비해 그만큼 자생력이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언제까지나 국내시장이나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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