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원 걸고 ‘공개내기’
샤오미 작년 53% 성장에도
거리가 매출 251억위안 앞서

▲ 2013년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수상식장에서의 둥밍주(왼쪽) 거리 CEO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 신랑재경 홈페이지

2013년 중국중앙(CC)TV가 주최한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수상식장.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Gree·格力)의 둥밍주(董明珠) 회장과 IT업계의 떠오르는 샛별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맞붙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휴대전화로 급성장하는 샤오미의 발전 모델을 놓고 둥 회장과 레이 회장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진 것이다.

둥 회장이 “거리는 실물 경제에 속하는 기업이고 샤오미는 인터넷을 하는 기업이라 기본적으로 ‘가벼운 자산’”이라고 발언한 것이 레이 회장을 자극했다. 행사장 관객들 앞에서 벌어진 논쟁은 ‘공개 내기’로 이어졌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 모델이 거리를 이길 수 있는지는 앞으로 5년을 보면 된다. 전 국민이 증인이 되어 달라. 5년 안에 우리 매출액이 거리를 이기면 둥 회장이 나에게 1위안(168원)을 주면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둥 회장은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며 “내기를 하려면 10억위안(한화 1700억원)으로 하자”고 통 크게 판돈을 올렸고, 레이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돼 지난 5년간 중국 재계에서 회자한 ‘1700억원 내기’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승자는 둥 회장, 패배자는 레이 회장이었다.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가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IT업계의 기린아 샤오미를 매출에서 앞선 것이다.

19일 저녁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샤오미의 작년 매출액은 1749억위안(29조4461억원). 앞서 발표된 거리의 작년 추정 매출액은 2000억~2100억위안으로 최소 추정 금액을 기준으로 해도 샤오미보다 251억위안 더 많았다.

‘공개 내기’의 승부가 났지만, 레이 회장이 1700억원이라는 거액을 정말로 둥 회장에게 건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의 내기가 공개석상에서 자존심을 건 입씨름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이 회장이 비록 ‘공개 내기’에서 지긴 했지만, 무명의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샤오미가 전통적인 중국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점에서 레이 회장이 실질적인 승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급속한 경기둔화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샤오미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52.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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