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

봄이 오면서 더욱 분주해졌다. 기관장으로서 참석할 회의와 공식행사가 많은 탓이다. 아무리 바빠도 올 들어 거르지 않고 월례행사로 치르는 일정이 있다. 바로 울산으로 출근하는 일이다.

울산에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가 있다. 화학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기관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화학연 본원은 대전에 있다. 화학연이 대전이 아닌 타지역에 연구본부를 둔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에서 요청이 들어왔지만 화학산업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울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울산은 어느덧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우뚝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울산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장치산업만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글로벌 환경은 새로운 지식기반 도시로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UNIST에서 열린 ‘세계최고 수소경제 선도도시 울산’ 비전선포식에 갔었다. 현재까지 울산의 수소산업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수소산업이 울산의 미래 먹거리로, 제4의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학연은 정부가 수소 생산의 장기 목표로 밝힌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연구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이미 수소경제의 전제 조건인 ‘수소 운반기술’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전 세계에서 독일과 일본의 소수기업만 보유한 기술로 현재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엔 ‘수소 생산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글리세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촉매 설계기술이다. 그동안 버려지던 글리세롤을 활용하여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이 기술 역시 연구자들이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화학연이 울산에 첫발을 내디딘 날은 2012년 3월22일 ‘제6회 울산 화학의 날’ 기념식이 있었던 날이다. 바로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 화학연 신화학실용화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지금은 연구원 규모가 커져 그린정밀화학연구센터와 화학산업고도화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석유화학산업 고도화와 정밀화학산업 고부가가치화에 전념하면서 파일럿 플랜트 운영 등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울산본부는 작년에 화학연 최고의 연구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생조직으로서 불과 7년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4년 후인 2016년 3월22일 ‘제10회 울산 화학의 날’에는 화학연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는 전국에서 유일한 바이오화학 산업 전주기 연구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에서 빛나는 연구성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원장으로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22일에 울산으로 출근한다. 이날이 ‘제13회 울산 화학의 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끌어낸 선봉장은 울산 화학산업이다. 오전엔 ‘화학의 날’ 기념식에, 오후엔 ‘제21회 화학네트워크포럼’에 참석한다. 포럼에선 울산 화학산업 발전과 화학연과의 소통 및 협업에 공이 큰 유공자에게 표창장도 수여한다.

화학 및 화학기술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선봉장이며 여전히 미세먼지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화학연은 울산시와 함께 미세먼지 저감, 탄소자원화 및 바이오화학 기술 등 미래 친환경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울산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성공합니다.” 지난1월17일 울산 지역경제투어 때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은 가장 풍부한 산업 인프라와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곳이 울산이라는 의미다.

필자도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입니다”라고 어딜 가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심장이 멈추면 곧 죽는다. 이제는 울산이 전혀 낯설지 않다.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울산의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낀다. ‘울산 화학의 날’을 맞이하여 울산에 있는 모든 화학산업인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낸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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