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성문화와 불탈법으로 점철된
버닝썬사태 만든 권력층 비호세력
이참에 ‘읍참마속’으로 뿌리뽑아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인 화려한 건물안쪽으로 빨려들어간 ‘밤의 신사들’. 빠른 템포와 함께 가슴속 깊이 후려치는 베이스의 거대한 음율을 타고 몸을 비틀며 춤을 즐기는 ‘그들’의 비주얼은 곧바로 ‘성공한 부킹’과 함께 흥분의 도가니로 불타오른다. 어두컴컴해도도 무지개 색깔의 조명으로 마술과도 같은 분위기. 고급양주에 흠뻑 취한 쾌락은 극에 달하고, 급기야 ‘몰래폰’이 은밀히 작동한다. 한편의 애로영화와도 같은 질펀한 밤의 문화다. ‘비밀이 아닌 비밀의 그곳’에서 벌어진 추악한 일들은 기억에서 멀어질 즈음, 스스로 쳐놓은 덫과 맞딱뜨린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른바 버닝썬 커넥션. 탈법과 불법으로 점철된 서울 강남의 버닝썬과 클럽 아레나 등 유흥주점에서 벌어진 한밤의 추억들은 폭행과 성폭행, 몰카, 물뽕과 마약, 탈세와 함께 나아가 경찰과 구청과의 유착의혹 등이 겹쳐 메가톤급 사건으로 급부상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야릇한 몸짓과 절제되지 않는 타락의 병든 밤의 문화와 비리 커넥션 등이 겹쳐 비리백화점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밤과 쾌락의 비뚤어진 문화와 단순한 비리차원이 아니라는데 있다. 비호세력에는 유흥가를 주름잡고 있는 조폭에만 국한한다면 오히려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비리를 감시하고 추적하고 추상같이 엄벌해야 할 민중의 지팡이 경찰공무원과의 은밀한 접선에 의한 비호세력이라고 한다면 ‘착한 경찰’의 신뢰는커녕 ‘나쁜경찰’이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증폭되자, 여의도 정치권에서 진실규명의 불이 붙은데 이어 급기야 청와대까지 직접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보고받고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등 다른 중요한 사건까지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유사한 불법 영업과 범죄 행위, 권력기관의 유착행위가 다른 유사한 유흥업소에서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수사·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강한 메시지는 서울 ‘강남스타일’의 비뚤어진 유흥가는 물론 전국 주요도시 곳곳의 유흥가에 대한 일제 확대조사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것은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몫이다. 명운을 걸고 셀프수사를 통한 ‘읍참마속’으로 추악한 민낯을 도려내고 하루빨리 선진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행정적으로 정의한 ‘유흥주점’은 소주방 또는 막걸리집 차원이 아니다. ‘주류를 팔고 유흥 종사자들을 두거나 시설을 설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업소엔 질펀한 밤의문화가 도사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관내 유흥주점은 1161개 업소. 5개구군 별로는 나이트틀럽과 룸살롱 등 고급 유흥주점이 즐비한 남구가 596개소로 가장 많고 이어 △동구 206개 △울주군 179개 △중구 126개 △북구 54개소다. 지역 경찰과 자치단체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이 상시적 지도와 감시채널이 가동되고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럼에도 과연 물뽕과 몰카, 탈세, 미성년자 출입, 그리고 일부 일탈한 공직자와의 은밀한 커넥션에서 완전 무풍지대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