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싱가포르에 있는 오차드공공도서관에 들어섰다. 시장바구니를 든 중년의 여성,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 청소년들이 책을 읽거나 찾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용층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이용자들과 흡사하다.

자료실 안쪽에 이르자 폴딩도어로 만든 강의실에서 강좌가 한창이다. 천장은 도어를 펼치면 세 개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유리로 만든 폴딩도어였기 때문에 메이킹 룸이나 협업 룸의 교육 모습이 훤히 보여 한동안 강좌에 시선을 뺏겼다. 다른 이용자들도 나와 같았다면 유리문이 이용자들의 학습 동기 유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나머지 한 공간은 폴딩도어를 접어 쉼터와 독서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도서관은 이 문을 용도에 따라 강의실이나 열람실로 전환하여 공간 활용률을 높이고, 학습 동기까지 유발할 수 있도록 실내디자인을 한 점이 돋보였다.

차별성은 공간조성뿐만 아니라 첨단기계의 도입에서도 드러난다. 도서반납처리로봇은 대출자가 반납함에 책을 넣으면 로봇이 반납처리를 하고, 100권이 담기면 바닥의 마그네틱 선을 따라 사무실 입구까지 주행하여 반납함이 교체되기를 기다린다. 컨베이어벨트 기계는 반납함의 도서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다른 이용자가 신속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서가에 꽂는 것을 돕는다. 이들 기계는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을 높이고 사서나 자원봉사자의 일손을 줄이므로 과감한 투자 대비 장기적 경제성을 따진 그들의 안목이 남달라 보인다.

도서관은 10년여 사이, 편안한 학습환경과 창작공간이 조성되고, 장비가 도서관 자원으로 확대되었다. 가령, 시카고공공도서관은 자료실 중앙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각종 장비와 도구를 책처럼 이용시킨다. 북미지역 공공도서관 64% 이상이 창작공간을 설치할 정도로 확산속도가 거세다. 싱가포르의 템피니스공공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리 시스템이 갖춰진 쿠킹 스튜디오는 수강생이 만든 음식을 사진기로 찍느라 분주했다. 다른 메이커 공간도 3D프린터, 재봉 도구, 사진 촬영 장비까지 갖춰져 있어 도서관자원이 소비에서 자원의 창작지원으로 변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런 벤치마킹의 기억 때문인지 울산의 공공도서관을 방문하는 날이면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작년 신축된 울산도서관마저 시대적 추세인 창업공간이나 장비를 갖춘 메이커 공간을 갖추지 않았다. 나머지 공공도서관들은 건축과 리모델링한 지가 꽤 되어 거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생활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주문한 바 있다. 투자 대상에 문화 편의시설인 도서관이나 체육시설이 급부상되었다. 책과 강좌 그리고 시설과 장비 등을 자유롭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공공도서관인 것을 아는 이용자들은 그 투자대상이 도서관이길 학수고대할 것이다. 지자체나 교육청은 담당 도서관의 시설 여건을 점검하고 리모델링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 도서관은 시민의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이자 시민교육의 중추 기관으로서 시민 생활의 질을 개선하므로 우선 투자의 명분은 분명하다.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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