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국제경쟁속 위상 위협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 높이고
노사정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오늘은 울산시가 정한 화학산업의 날이다. 세계 최빈국층이었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울산은 지난 2006년, 그 바탕이 된 3대 주력산업(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을 기리기 위해서 산업별로 의미가 있는 날을 선정, 주력산업의 날로 제정했다. 화학의 날은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기공식이 열렸던 1968년 3월22일, 자동차의 날은 국가 자동차 수출누계 1000만대를 돌파했던 1999년 5월12일, 조선해양의 날은 울산 최초 선박 명명식이 열렸던 1974년 6월28일을 각각 선정했었다. 시민들은 이들 산업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차제에 3대산업의 현 주소와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화학산업. 울산의 주력산업이라면 자동차와 조선을 주로 떠올리는데 사실은 석유화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2017년 지역생산액의 51.8%, 2018년 (지역)수출액의 44%나 차지하는 효자산업이다. 다만, 위협요인도 있다. 중국의 맹렬한 추격과 산유국들의 정유산업 그리고 셰일오일(가스) 등이다. 셰일 오일은 미국이 주로 생산하고 있으나 앞으로 중국도 기술을 개발할 경우 그 영향은 막대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한 범용제품에서 고효율화와 환경변화 대응 등 고기능성이 강조된 첨단소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자동차 산업. 이 산업은 자칫 이동수단(자동차)을 생산하는 단순한 전통산업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모델이나 내부장식 등 종합예술산업이라 할 수 있으며, 2만개가 넘는 부품 생산 등에 따른 전후방효과가 커 선진국에서도 놓지 않는 산업이다. 2017년 지역생산액의 22.1%, 2018년 수출액의 26%, 고용의 32.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7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화석연료의 고갈과 대기환경을 고려한 전기와 수소연료 전기 자동차 그리고 자율 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 트랜드에 부응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서 우리는, 2008년 5조원의 적자를 내고 대규모 리콜사태까지 갔다가 10년 만에 부활한 도요타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도요타 사측은 기술혁신과 경영합리화로, 노측은 56년 무파업의 전통을 이어가며 죽어가던 회사를 살리고 옛 명성을 되찾았다. 과연 우리 한국 자동차업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조선해양산업. 이 산업은 과거 영국→일본→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산업으로 2017년 지역생산액의 8.4%, 2018년 수출액의 7%로 상대적으로 낮으나 종사자 수는 25.8%나 차지해 특히 고용창출면에서 중요한 산업이다. 국제해사기구의 대기 및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규정 강화와 올해 발효예정인 e-Navigation(e-네비게이션) 규제에 의해 친환경 선박 및 스마트 선박 기자재 장착의 의무화로 조선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으며, 한국은 친환경 선박부품 경쟁력은 확보하고 있으나 스마트 선박분야 경쟁력은 부족하여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노사문제 해결이 과제이다. 최근 수주량의 증가로 기지개를 펴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이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 3대산업은 바로 한국의 8대 주력업종에도 들어갈 만큼 생산액과 수출, 고용창출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서 울산의 어려워진 경제상황의 원인을 3대 주력산업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으나, 산업에 대해 너무 모르는 데서 나오는 의견이라 본다. 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그 산업의 연구기반과 집적도, 인력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업종을 도외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3대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서 지역여건에 맞는 정밀화학과 전지산업, 3D프린팅 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그 방향성을 두고 산업진흥을 시정의 최우선에 둬 왔다는 점을 이 난을 빌려 밝히고 싶다. 앞으로도 이 산업들이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계속 우리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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