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호칭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주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나 지위 신분 등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두루 쓰는 호칭을 ‘통칭 호칭어’ 또는 ‘두루 높임 호칭어’라 한다. 1991년 나온 <우리말의 예절>에는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을 부르고 가리킬 경우 나이가 많다면 남성은 ‘어르신’이나 ‘선생님’이고, 여성일 경우 ‘어르신’이나 ‘할머니’ ‘아주머니’를 쓰도록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2011년에 발간된 <표준언어예절>는 성별 구분 없이 상대방을 ‘선생님’으로 호칭한다고 바꾸었다. 이런 영향으로 현재 통신 공간이나 관공서의 민원인, 식당이나 판매점의 고객에게 ‘선생님’이라고 통칭하는 경향이 있다.

근래 이건범 외 언어전문가들이 공저한 <나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불편합니다>라는 책이 출판됐다. 우리 사회의 호칭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의 호칭은 단순히 정체성 인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서열 인정의 성격을 강하게 표현한다고 적고 있다. 호칭의 절대 기준이었던 나이 보다 사회적 지위가 주요 변수가 되었고, 이제는 남녀 변인이 기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0월 전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호칭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는 나보다 나이 어린 시누이를 부를 때가 곤란하다(40.9%)는 답변이 많았다. 또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 아가씨’ 등으로 높여 부르는 반면 결혼한 남성이 아내의 동생을 ‘처남, 처제’ 등으로 높이지 않고 부르는 관례를 고쳐야 한다(65.8%)는 것이 주목된다.

옛날에는 가족이나 일가친척의 만남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였으나 현대사회는 사회활동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그로 인해 호칭은 정체성의 인정을 넘어, 사람의 존엄과 인권, 특히 여성과 미성년자 같은 약자 권리 존중의 문제로 확장되곤 한다. 호칭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다. 표준 언어예절의 기준을 정비하고, 호칭어, 지칭어, 높임법, 인사말과 관련하여 적절한 표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언어 체계를 정비하면서 교육과 홍보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이루어질 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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