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울산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이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례상정을 앞두고 공청회를 가지면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그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의회 구성에 대한 시각은 찬성이든 반대든 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 진정성만 담았더라면 결코 몸싸움을 벌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 비방과 편견이 그 밑바탕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데 있다.

지난 15일 울산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 조례 대표 발의자인 이미영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청소년 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회의원이 청소년 관련법 개정안을 내며 다시 청소년 관련 정책이 적극 추진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청소년 관련 정책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은데 대한 잘못이 자유한국당에 있다며 ‘다름’을 ‘틀림’으로 공격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했다. ‘청소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른들의 다툼이 점점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분위기다.

울산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은 울산시가 청소년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청소년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거나 소외되는 문제를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공감 못할 이유가 별로 없다. 문제는 추진과정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등 정치색이 뚜렷한 정치인으로 구성된 시의회가, 그것도 여당의 한 의원 주도로 청소년의회 구성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약 6개월간 청소년의회 구성 절차를 진행했다.

다른 도시는 어떨까.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청소년의회와 관련한 조례 또는 규칙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과 광주, 강원 등 3곳이다. 이중 서울과 강원은 단순 의회 체험 조례이다. 광주만 유일하게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통해 청소년의회를 구성하는 규칙을 두고 있다. 소관부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여성가족정책관이 맡고 있다.

대구시는 집행부나 시의회가 아닌 청소년지원재단을 통해 청소년참여위원회·청소년의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은 청소년기본법을 근거로 대구시로부터 위탁 받아 현재 청소년참여위원회·청소년의회 위원 선거(지원자격 만 9~24세)를 진행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호응이 크진 않다. 당연직(8명)을 제외한 22명을 선출할 예정인데, 후보자는 23명(고교생 21명, 대학생·중학생 각각 1명)에 불과했다.

물론 다른 도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울산시가 전국 광역시·도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이전에 일부 기초지자체가 청소년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게 아니라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우선 고려해보고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청소년을 위한 정책에 어른들의 자존심은 배제돼야 한다. 오로지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만 목적을 두고 세심하게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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