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종 울산 북구의회 사무과장

KTX울산역 준공과 함께 이름이 바뀐 태화강역.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태화강역으로의 개명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울산역에서 태화강역으로 개명하면서 왠지 역 자체가 작아진 느낌이 든다. 비슷한 이름으로 광주에 극락강역이 있으나 작은 역이다. 중요한 것은 태화강역을 타지역 사람들은 거의 모른다는 사실이다. 동양 성현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정명(正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수도로 우뚝 선 울산, 그 중심에서 한가하고 쇄락한 느낌을 주고 있는 태화강역. 1960년대까지 전형적인 농어촌이었다가 공업지구 지정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타 지역의 시샘을 샀던 울산. 우스개 이야기로 광역시 이전 서울, 부산 등 직할시 체제에 비유해 ‘울산급할시’로 까지 불렸던 국가 산업 발전의 요람이었던 울산. 1970~1980년대 공업화시대 울산의 중심부 학성동에서 숱한 사연과 애환을 싣고 날랐던 울산역은 시가지 중심부를 관통하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도시발전을 저해한다는 사유로 현재 위치로 옮겨져 울산의 변천과정을 지켜봤으나 결국 현재는 KTX울산역에 이름을 내주고 한가로운 시골역을 연상케 하는 태화강역으로 개명한 지금에 이르렀다.

KTX울산역 명명 때에는 많은 의견이 있었겠지만 당시 울산역이 이미 있었던 만큼 대전의 서대전역, 대구의 동대구역의 경우처럼 위치에 맞게 서울산역으로 하던가 아니면 경주의 경우(KTX신경주역)처럼 신울산역으로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느 어르신의 경우 태화강역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무심결에 “울산역 갑시다” 했더니 택시기사가 KTX울산역으로 곧장 갔다가 되돌아왔다는 웃지못할 사연까지 있다고 하니,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정명이 참으로 중요하다.

대대로 불려야 할 지역의 상징인 태화강역인만큼 내년 신축 역사 완공과 동해선 복선전철 신설역인 ‘(가칭)송정역’ 건립에 맞춰 이제라도 명확한 명명으로 혼선을 막고 시대 상황에 걸맞은 이름을 되찾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 부쩍 든다. KTX울산역은 이용객이 급증하여 역사를 증축해야 할 정도로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울산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하지만 산업화시대 구심체 역할을 해왔던 태화강역은 그 역할에 걸맞게 위치도 울산중심부에 있는 만큼 역사 신축에 맞춰 이름을 울산중앙역으로 변경해서 한적한 시골역 느낌을 떨쳐내고 역동적인 울산의 상징에 맞게 제 자리를 찾아줘야 하겠다.

현재 동해선 신설역인 (가칭)송정역에 대한 여론도 다양하다. 현재도 많은 북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호계역으로 하자는 의견,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 이름을 딴 박상진역으로 하자는 의견, 송정택지지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송정역으로 하자는 의견, 신설역사 위치가 창평동에 있는 만큼 창평역으로 하자는 의견 등 분분하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오랜 역사가 깃든 호계역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박상진역의 경우 경춘선에 김유정역이 있는데 낭만적이고, 시적 느낌을 주지만 왠지 간이역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울산 정서에 맞을지 의문이다.

송정역의 경우 부산, 광주, 수도권 전철역에도 동일 명칭이 존재하여 고유성을 갖기 어렵고 혼선을 일으키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울산시 전체를 보고 고민했으면 한다. 울산은 물론, 외부에서도 역명만 듣고도 “아! 어느 도시, 어느 곳에 있는 역이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는 이름으로 인명보다는 지역 명칭으로 쓰는 것이 나아 보인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호계역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면 ‘북울산(호계)역’으로 병기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명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이어야 한다. 따라서 태화강역은 역동적인 산업수도 중심 역할을 담당할 울산중앙역으로, 동해선 (가칭)송정역은 울산의 북부, 북구를 중심으로 역할을 해야 할 그런 이름인 북울산역, 울산북부역, 울산호계역, 북울산(호계)역 중 하나를 명명한다면 무난할 것 같다. 늦었다고 느낄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김용종 울산 북구의회 사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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