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주~포항을 연결하는 동해선 광역전철은 우리나라 동해남부권역 도시의 생활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4도시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이 붙어 있지만 도로와 교통의 불편으로 인해 접근성이 낮아 일일생활권이라 하기 어려웠다. 특히 울산 북구지역은 동해남부선이 지나고 있음에도 연결 교통편이 활발하지 못해 울산지역 내에서도 교통의 오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때문에 북구주민들이 동해선의 광역전철화에 거는 기대감은 남달랐다.

그런데 자칫 북구주민들에게 북구지역을 가로지르는 광역전철 동해선이 ‘그림의 떡’이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오는 2021년 3월 개통예정인 부산~울산 동해선이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운행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해선 계획대로라면 울산 북구 주민들은 이전 신설되는 송정역(가칭)을 두고도 태화강역까지 가야 동해선을 이용해 부산까지 갈 수 있다. 태화강역은 북구지역에서는 10㎞나 떨어져 있다. 차편으로 움직이더라도 차량정체가 극심한 산업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20분 이상 소요되기 일쑤다. KTX울산역도 1시간 거리에 있는 북구지역이다.

이에 북구지역 주민들이 나섰다. 부산~울산 광역전철이 송정역까지 연장운행돼야 한다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주민들의 여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6000여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동권 북구청장도 “관계기관과 송정역 역사 규모확대 등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광역전철의 송정역 연장운행은 당연지사다. 송정역세권의 인구만 해도 48만5000명(지난해 기준)에 이른다. 올해 말이면 송정역에서 가까운 송정지구에 2만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송정역은 북구지역에 하나뿐인 역사다. 주변 10㎞까지 아우르면 올해말까지 1만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내 대단위 아파트 건설도 예고돼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송정역을 계획하면서 내놓은 2016년 수요예측 45만명은 이미 빗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3년 울산을 방문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들의 KTX울산역 설립 요구에 대해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도시에 철로가 지나가는데도 역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계획수정을 통해 울산역을 설립을 약속했다. 극적으로 탄생한 울산역은 수요예측이 잘못돼 규모가 턱없이 작게 지어졌고 지금까지도 주차난 등의 고통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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