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의 키는 정주인구의 균형
일자리와 함께 삶의 질도 보장돼야
서울-지방 문화격차 해소가 중요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한지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의 진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초기의 균형발전 정책이나 의지에 비해 점점 후퇴한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은 공기업 지방이전 등 전례 없이 큰 폭이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공기업의 지방이전 지속추진과 공기업 이전 이후 지방도시와 공기업의 융합 발전에 관한 정책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그 아쉬움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이 ‘혁신도시 시즌2’를 들먹이며 정치쟁점화하는가 했더니 약속이나 한 듯 금세 감감무소식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4차에 걸친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대략 살펴보자. 참여정부가 세종시를 건설하고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을 목표로 과감한 국가균형발전체계를 만든 것은 그야말로 혁신적이었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의 정책을 이어받지 않고 전혀 다른 새로운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4+3 5+2, 63개 지역생활권 등의 새로운 권역통폐합이 그것이다. 기존 행정구역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기는 했으나 법적·제도적 행정구역 개편 없이는 현실적 한계가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행정력과 예산 낭비만 불러왔을 뿐이다. 연차적 5개년 계획이라고 한다면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골격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연차적 계획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4차 5개년계획은 일반 17개 시도라는 기존 행정권역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발전계획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하니 어쩌면 다행스럽다. 각 지역별로 1~2건씩의 예타면제 사업을 만든 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거대한 토목사업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으나 지방도시로서는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것으로 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가 내놓은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은 ‘계획 수립의 필요성’에서 ‘수도권 집중과 생활서비스 격차’ ‘중앙주도 문제해결의 한계’를 그 요인으로 꼽고 있다.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총생산의 49.5%, 취업자의 50.2%, 1000대 기업 본사의 79.6%가 쏠려 있다. 그 보다 더 심각한 통계는 생활서비스 부문에서 전시와 공연예술, 응급의료기관 등 삶의 질을 가늠하는 분야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거의 80대 20 수준이라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가 균형발전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격차가 없다면 과연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금처럼 심각해졌겠는가. 그럼에도 이 계획의 시도발전계획을 보면 ‘2022년 목표’에 전국의 모든 지방도시가 한결같이 ‘1인당GRDP와 일자리 향상’을 수치로 제시한 반면 서울은 ‘행복지수 향상’을 꼽고 있다. 지방은 죽어라 돈만 쫓고, 서울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서울사람들만 행복해야 하나 싶다.

균형발전의 성공은 결국 정주인구의 균형이다. 다시 말하면 온 국민이 전 국토에 고르게 분포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정주 요건의 가장 기본인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자리만으로 균형발전이 가능하진 않다. 지방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방에 살 요인을 제공한 다음에는 그들이 지방에서의 삶이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지속가능해진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가 균형발전 전략의 중요한 하나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예타면제 사업을 특정산업과 도로건설에 국한할 게 아니라 전시나 공연 등 문화시설로 확장해야 한다. 공기업 지방 이전처럼 국립문화시설의 지방 이전 또는 신설 국립문화시설의 지방 우선건립 등이 균형발전계획에 반영돼야만 한다. 제4차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범정부적 구체적 대책이 새로운 한 분야로 들어가기를 기대한다.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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