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겪는 우리나라
실효성 있는 노인복지정책 필요
노인 스스로 웰다잉 준비도 해야

▲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행복한 삶을 위하여 웰빙(well being)이나 웰 에이징(well aging)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웰 다잉(well dying)이란 말은 그리 흔하게 쓰지 않는다. 죽음이란 것이 왠지 우리들에게 혐오감과 어두움 같은 정서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필자는 죽음이란 우주, 만물이나 인간이 탄생하고 늙어가면서 병들고 죽는 생(生), 노(老), 병(病), 사(死)의 지극한 자연순리라고 생각한다.

근래 많은 사람들이 백세시대가 왔다고 한다. 금년 백세를 맞는 노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란 책이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백세란 나이에 더욱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이 책 마지막 5장 ‘노년의 삶’에서 인생에서 60세에서 75세가 가장 황금기라고 말해 흥미롭다. 그는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6년에는 고령화 비율(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이상 되어 초고령화 사회로 간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다. 일본이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24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5년이 걸려 1.6배나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말해준다.

김형석 교수의 말대로라면 약 1000만명 의 노인이 황금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인일자리가 없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큰 사회문제다. 퇴직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약 10년 동안은 무직의 삶이 되는 것이 두렵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현 여건에서는 힘들다. 정부의 대책은 공허하게 맴돌고 있는 것 같다. 65세 이후의 노인복지 문제도 공짜복지 외에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정부의 주요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감소(출산율 0.98%)나 고령화 문제 해소 노력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많은 노인들의 미래 생계가 불투명하고 부양자가 없는 경우는 독거노인으로 남는다. 울산만 해도 나홀로 가구가 24.5%이고 그 중에 60세 이상 나홀로 가구가 약 18%라는 최근 통계로 보아 지역노인복지정책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 늦기 전에 울산시도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조례 제정이 시급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초고령사회의 도래에 대비해 노인들은 여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준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맞닥뜨린 시점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죽음이란 삶의 여정이고, 그 과정이란 것을 담담히 받아 들여야 한다.

2018년 우리나라 사망자는 약 30만명에 육박했다. 그 중 65세 이상 노인의 81%가 병원에서 임종을 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사망이 줄어드는 이유를 임종을 맞을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까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무리 하는 것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긴다. 다행히 요즈음 웰 다잉 시민운동이 일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웰다잉 시민운동’ 창립총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웰 다잉을 위한 여러 가지 실천 방법에 대하여 조언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몇 가지 조언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둘째, 자신이 죽은 뒤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해 둔다. 셋째, 남아있는 여생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해 본다. 넷째, 연명(延命)치료와 죽음에 대하여 본인의사를 미리 표시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한다. 다섯째, 가족들 간에 분쟁이 없도록 재산관계를 정리하여 두는 유언장을 작성하여 후견인을 정하여 보관한다. 여섯째, 유품을 정리하고 죽기 전 가족들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해 둔다. 2010년 ‘한국죽음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에는 더 많은 상세한 준비사항을 적고 있다. 끝으로 박경리 작가의 시 ‘옛날의 그 집’을 인용해 본다. ‘모진 세월은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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