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박영학

법대 앞 벚꽃에 취해 정신을 깜박 놓다

문득 꿈길 따라 택배 된 그런 밤은

어깨에 남은 꽃잎을 택시비로 떼어줬다.

▲ 김정수 시조시인

식물은 욕심을 부리는 법이 없다. 주어진 몫을 움켜지지 않고 나누는 마음을 가졌다. 머물 때를 알고 떠날 때를 안다.

작품 속 꽃나무도 꼭 그렇다. 사사로운 욕심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순수하다. 나무는 겨울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귀를 열어놓고 성찰한다.

그러나 봄이 지축을 두들기면 그때부터 들리지 않게 야단법석이다.

원광대 교정은 봄마다 벚꽃이 뭉게구름되어 내려앉는다.

시인은 현직에 있을 때 봄밤마다 그 길을 제자들과 걸으며 달빛타고 흩날리는 꽃비에 취하곤 했다.

향연을 뒤로하고 돌아올 때마다 남몰래 어깨에 얹혀 온 그 꽃잎들. 아쉬움을 머금고 택시비로 내어 준 그 마음이 은은한 꽃향처럼 전해온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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