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울산국제영화제에 쏠린 관심

▲ 지난 23일 서울에서 열린 컨퍼런스.

영화제 어젠다 ‘생태’로 전환
생태·환경 이슈의 허브 역할
체류형 관광산업으로도 확장
새로운 영화도시 탄생에 관심
타 영화제 실패사례 분석해
지역 실정 반영한 결과물 내야

지난 23일 서울시교육청 후원으로 (사)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지역의 정체성과 장소성, 문화트렌드의 흐름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영화·문화콘텐츠 관련 활동가들과 대학교수, 전국의 영화제 관계자, 감독 및 평론가 등이 참여했다. 필자는 그날 ‘영화와 장소의 트랜스 아이덴티티’ 세션에서 ‘영상산업 불모지 울산, 그리고 국제영화제 개최지로서 울산의 장소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날의 핫 이슈는 당연 ‘울산국제영화제’(이하 UIFF)였다. 이미 관련 주제가 전국의 영화 관계자들에게 배포된 터라 서울은 물론, 부산, 수원, 전주, 포항에서도 이날 논의를 위해 일부러 찾아 올 정도였다.

울산시는 최근 UIFF 어젠다를 ‘환경’에서 ‘생태’ 개념으로 전환했다. 개인적으로 울산이 인간, 자연, 산업이 공생하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로운 역사도시로서, 인간성 회복과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전지구적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그 모멘텀으로써 영화제를 선택한 것은 적확했다고 본다. 이로써 울산은 생태와 환경 이슈의 생산·확대·유통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고, 이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는 국내 메이저 국제영화제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특히 120만 울산은 교통, 숙박, 극장, 축제 및 관광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어 단기간에 대내외적으로 영화제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고 체류형 관광산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영화제의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콘텐츠 확보인데 이는 수많은 국제영화제들이 특정 주제를 고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적 온라인 영화콘텐츠 플랫폼인 ‘페스티벌스코프’나 ‘시난도’와 같은 온라인필름마켓과 프로젝트마켓을 통한 UIFF 자체 콘텐츠 확보로 독점적인 라이브러리를 형성하는 것이 비중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21세기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융합’이라는 점에서 영화제 퍼포먼스 프로그램에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토론과 플로어 질의는 물론 리셉션에 이르러서도 UIFF에 관한 논의는 계속됐다. 내용 역시 UIFF 규모, 지역성과 대중성, 지역 학제와의 연계, 라이브러리와 아카데미 역할, 타 영화제 및 울주영화제와의 관계, 지방정부의 관련 기관 및 기구와 집행위원회 구성, 국내 영화제 주요 관계자들 간의 네트워크 등 다양했다.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UIFF의 실태를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한국영화산업의 세계적인 위상이 정점을 향하고 있는 현재 부산, 전주, 부천에 이어 새로운 영화도시 탄생신화를 창조해 낼 것인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두는 듯 했다.

▲ 이민정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영화인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타 영화제들의 실패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제 매뉴얼 작성 관련 토론에서 필자가 중요하게 언급했던 것은 1990년대 한국영화산업과 현재의 그 위상은 격이 다르므로 타 영화제의 매뉴얼이 ‘우라까이’(무성의한 표절로써 새로운 척 둔갑함)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의 실정을 반영할 것과 즉시 실행가능한 결과물로 예산과 시간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사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영화인들과 울산 시민의 한국영화산업 발전 및 울산의 역할에 대한 일관된 기대와 염원은 UIFF의 성공적인 개최를 보장할 수 있는 성실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필자는 사공들 간의 매개 역할을 좀 더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민정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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