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구 곰장어골목

▲ 중구 곰장어골목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다양한 채소와 빨간 양념을 버무린 곰장어. 깻잎에 잘 익은 양념 곰장어와 매콤한 마늘까지 곁들여 먹는다.

가죽 벗겨 쓸모없어진 곰장어
저렴하게 팔면서 형성된 골목
울산 호황기였던 1990년대엔
값싼 술안주로 회식장소 각광
30여곳의 가게 영업하며 북적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통닭
곰장어와 함께 시민 입맛 유혹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 내에 위치한 곰장어 골목은 50여년간 한 장소에서 변함없는 맛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준어로는 곰장어 혹은 먹장어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게는 경상도 사투리인 ‘꼼장어’라는 말이 입에 더 달라붙는다. 곰장어 골목은 1960년대 후반 곰장어 가죽을 얻기 위해 나오던 부산물에서 근로자들이 즐겨찾는 술안주, 온 가족이 즐기는 외식메뉴로 자리잡기까지 숱한 세월을 울산의 역사와 함께한 명물이다.

◇부산물에서 메인메뉴로 등극한 곰장어

지난 26일 중앙전통시장 내 곰장어 골목에 들어서자 양 옆으로 즐비한 10여곳의 곰장어 집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곰장어 집들은 오전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장사의 시작은 저녁 무렵부터 시작된다. 손님들이 주문에 맞춰 수조 속의 곰장어는 금세 먹음직스러운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통구이로 불판 위에 오른다.

중앙전통시장 곰장어 골목의 유래는 꽤나 특이하다. 중앙전통시장상인회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중앙전통시장이 조성될 당시 인근에 곰장어 가죽을 취급하던 공장들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장 앞바다에서 곰장어가 많이 잡혔고, 곰장어 가죽은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

▲ 대를 이어 곰장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훈 중앙전통시장상인회장.

곰장어 가죽은 일반 가죽과 달리 물을 먹어도 말리면 복원이 되는 특성을 가져 신발, 벨트, 가방, 지갑 등의 재료로 사용됐다. 또 일본인들이 즐겨 신었던 나막신의 끈으로 곰장어 가죽이 많이 쓰여 대부분 일본에 수출됐다.

이에 가족공장들이 가죽을 벗기고 나서 남는 부산물인 곰장어를 인근 상인들이 받아와 중앙전통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곰장어 가게가 한집 두집 늘어나면서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곰장어 골목이 형성됐다.

2대째 곰장어 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훈 중앙전통시장상인회장은 “곰장어 골목이 번성하기 시작하자 가죽공장과의 관계가 역전됐다. 생물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인근에 위치한 가죽공장들이 곰장어 가게를 찾아와 가죽을 받아가게 됐다”며 “하지만 곰장어 가죽을 가공하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 10여년 전부터는 곰장어 가죽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곰장어골목의 또다른 주역인 통닭. 한접시 수북하게 쌓아 올린 양념통닭은 매콤한 청양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꿀맛이다.

◇곰장어와 통닭, 중앙시장의 ‘쌍두마차’

중앙전통시장 곰장어 골목의 호황기는 1980~1990년대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회식문화가 가장 번성해 근로자들이 싼 가격에 많이 먹을 수 있는 곰장어가 최고의 술안주로 사랑받은 것이다. 특히 인근 바다에서 곰장어의 어획량이 많아 서민음식으로 등극한 곰장어가 인기를 끌면서 30여곳이 넘는 가게들이 영업을 했다.

곰장어 가게의 대표메뉴로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통구이가 있는데 소금구이를 먼저 먹고 양념구이를 나중에 먹어야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양념 재료로는 대파, 양파, 미나리 등이 사용된다.

특히 통구이는 곰장어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껍질을 벗기지도 않고, 토막 내지도 않은 곰장어를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고 그대로 굽는 것이 매력이다.

▲ 곰장어골목의 또다른 주역인 통닭. 한접시 수북하게 쌓아 올린 양념통닭은 매콤한 청양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꿀맛이다.

이 회장은 “하루에 많게는 한 집에서 150~200㎏의 곰장어가 팔려나갔다. 지금은 곰장어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삼겹살 보다 싸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었다”며 “하지만 외식메뉴가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지금은 직장인들 회식보다는 가족단위 손님이 주 고객층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곰장어 골목의 주인들도 바뀌었다. 현재 곰장어 골목의 절반 가량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를 자녀들이 물려받아 2대째 맛을 이어가고 있다.

곰장어 골목의 주연배우가 곰장어라면 주연급 조연인 닭집도 빼놓을 수 없다. 충남·이모·삼촌·강남닭집 등 이곳 닭집들은 사랑방같은 푸근함으로 30여년간 곰장어와 함께 중앙전통시장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 성남동 중앙시장 입구에 위치한 곰장어거리. 저녁이 되면 곰장어와 통닭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곰장어의 고소한 냄새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들기 충분하다.

최근에는 테이블식의 가게도 생겨났지만, 대부분의 닭집들은 지금도 좌식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치킨은 곰장어에게 뒤지지 않는 인기메뉴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울산경기가 어렵지만 우리 곰장어 골목은 늘 같은 자리에서 당일 들여온 싱싱한 곰장어를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울산을 찾는 타지사람들에게 울산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곰장어 맛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사진=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