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 놓고 정치권 공방
검찰 정치적 중립성 보장 위한
제도적인 개혁부터 이뤄져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행위를 상시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자는 법안의 통과를 최근 여권에서 강력히 밀어부쳐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법안으로의 지정 합의를 목전에 두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하는 기관을 검찰 외에 하나 더 만들어서 검찰과 경쟁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검찰과 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선출하게 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국회의원과 형사법 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실패했는데 무슨 수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겠는 지, 그리고 만약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런 장치를 이용해서 검찰을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해 왔다.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선출해서 중립성이 보장된다면 검찰총장을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반론에 대하여는 공수처 찬성론자들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운 공수처의 출현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충성하는 또 하나의 막강한 기관이 만들어져 검찰과 충성 경쟁을 할 상황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례일정을 취소하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등 3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하는 발언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고 영상으로 녹화해 배포하였으며, 이러한 모습은 검찰과 경찰에 사실상 수사지시를 내린 것으로 평가되었다. 대통령 지시 다음날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검찰에 설치된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뇌물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를 법무부에 설치된 과거사 위원회에 건의하였고, 과거사위는 재수사 권고를 의결했고 법무부는 즉시 권고 내용을 대검에 송부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수사권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사에게 있고, 검찰총장은 검사를 지휘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는 검찰총장에 대하여서만 할 수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과거 김종빈 검찰총장은 국가보안법 피의자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불복하고 결국 사퇴하였다. 이러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의 제한은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입법화된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검찰과 경찰에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하고,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행히도 검찰 진상조사단은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였다는 ‘뇌물’ 혐의에 국한하여 재수사를 건의함으로써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나 법무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의 제한 제도는 안중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환경부 블랙리스트’수사를 통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범행을 밝혀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공모 혐의도 수사 진행을 예고하고 있다. 비록 구속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아니고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인 현 정권 고위 인사와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진행하고 있음을 볼 때 아직 검찰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섣불리 공수처 신설 법안의 통과를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고안된 제도를 참고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개혁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사료된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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