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파반느’의 뜻이나 곡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파반느는 느린 2박자의 춤곡이다. 어원은 이탈리아 도시 ‘파도바’(padova)로, ‘파도바(padova)풍의 춤곡’이라는 뜻이다.

본래 16세기 중엽에 공작의 우아한 동작을 인용한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궁정 무곡이다. 신(神) 중심의 삶을 살던 중세가 지나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간 중심으로 바뀌었다. 사교적인 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고풍스럽고 우아한 춤곡의 작곡이 시작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한 춤은 느린 템포의 파반느와 바스 당스, 좀 더 빠르고 경쾌한 가야르드와 살타렐로 등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에겐 두곡의 파반느가 잘 알려져 있다. 먼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가 1887년에 작곡한 <파반느>가 있다. 1888년 11월25일 초연되었으며 올림바단조의 곡이다. 원래는 가브리엘 포레가 피아노 곡으로 작곡하고 나중에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는데, 포레의 후원자인 백작부인의 요청으로 합창까지 넣었다.

또 한 곡의 파반느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작곡했다. 1899년에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제목으로 작곡하며 “옛 시대 스페인의 궁중에서 어린 공주가 파반느를 추는 장면을 떠올리며 작곡했다”고 밝혔다. 이 어린 공주는 펠리페 4세의 9번째 딸인 마르가리따 테레사(1651~1673)를 말한다. 테레사 공주는 16세에 정혼한 오스트리아의 레오폴드1세와 결혼해 5년 동안 4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1명만 생존하였고 공주도 22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슬픈 사연을 가진 공주가 어린 시절 궁중에서 추었을 파반느를 모리스 라벨이 춤곡으로 작곡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스토리와 더불어 음악을 감상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이 두 개의 파반느 작곡가가 근대 프랑스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데다 사제지간이라서 더욱 흥미롭다.

#추천음악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는 목관으로 시작하는 구슬픔이 나타나고, 그의 제자인 모리스 라벨의 파반느는 금관으로 시작하지만 역시 그 슬픔이 베어나오는 특징이 있다. 이 찬란한 봄에 두 작곡가의 파반느를 감상하며 잔인한 4월을 기다려보는 여유로움을 권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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