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조건 내건 울산시 탈락에 허탈
속시원히 탈락원인도 몰라 더 답답
행여 수도권 내정에 들러리 아니길

▲ 추성태 편집국장

울산시가 파격조건을 내걸고 치열하게 유치전에 나선 제2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후보지 경쟁에서 8강에도 못든채 탈락했다. 24곳에서 12곳으로 줄인 1차심사 통과후 내심 최종후보지(3곳)까지 기대하고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12곳에서 8곳으로 줄인 2차 프레젠테이션(PPT)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뜻밖의 탈락에 울산시는 물론 많은시민들이 허탈해 하고있다. 축구협회는 2차심사에서 운영주체 역량과 지원계획 적합성, 부지 적정성 등을 평가했다. 광역단체 울산은 풍부한 축구인프라는 물론 평가항목에 부합되는 기본조건외에도 돔연습구장 건설, 임대아파트 등 1000억대에 이르는 파격조건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도 울산은 무엇이 부족해 8강에조차 합류하지 못했을까. 세간에 알려진대로 국토남단의 지리적(접근성) 핸디캡, 태생적 한계때문인지, 다른 납득할만한 사유가 있는지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2차심사 탈락에도 지난 22일 밤 한국과 볼리비아간 A매치가 열린 울산문수경기장. 1년4개월만에 다시 찾은 축구국가대표팀의 A매치에 축구도시 울산은 4만1117명이라는 만원관중으로 화답했다. 손흥민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기 위한 일반시민들을 비롯해 울산현대 등 K리그 팬에 이르기까지, 관람석 가장 아래층부터 꼭대기까지 가득채운 축구팬들은 차가운 바람도 아랑곳 않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국내 A매치는 최근 연속매진이 될정도로 인기가 높긴 하지만 울산 역시 축구도시다운 열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울산시 관계자는 경기장을 찾은 대한축구협회 핵심인사들에게 “울산이 NFC 2차심사에서 떨어진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물었다. 시는 그동안 정확한 탈락이유를 파악하지못해 시민들에게, 언론에 명확한 설명을 못해왔다. 협회측은 선정위원회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탈락이유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울산시가 NFC를 20년사용후 시에 기부채납한다는 조건을 단것이 주요 감점요인이 된것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는 관련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의무조항으로 차후 얼마든지 조율가능한 것인데 이를 탈락이유로 든것은 납득할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속시원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그외 다른이유도 나오지만 2차에서 탈락될 사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2NFC 유치전에 24개 지자체가 경합이 붙어 결국 1곳을 정해야 한다면 수긍 또는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떨어지는 지자체가 많을수밖에 없다. 뒷담이지만 협회측은 당초 제2NFC 후보지는 수도권을 벗어날수 없다며 경기권 도시를 상대로 유치의사를 타진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밝혀오자 전국 지자체대상 공모로 돌렸다는 설이 있다. 결국 24강 12강 8강 등 토너먼트 치르듯 후보지를 좁히면서 과열경쟁을 유도해 각 지자체의 파격적인 유치조건을 이끌어낸뒤 결국에는 당초 의도대로 수도권지역을 최종입지로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축구계 안팎에서 당초 유력후보지로 울산 세종 군산 등이 거론됐는데 수도권에서 먼 이들 지역이 모두 2차심사에서 탈락한 것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만약 이같은 일이 현실화되면 같은나라 같은국민이지만 지방은 영원한 수도권의 ‘봉’일수 밖에 없다. 물론 제2NFC 후보지 선정권한이 전적으로 협회측에 있고 나름 객관적·현실적 기준을 갖고 심사했을수 있다. 또 24곳 가운데 특정 1곳을 선택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후유증은 불가피한 점도 있다. 그렇더라도 행여 훗날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가 ‘애초부터 지방은 안중에 없었는데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을 들러리세웠다’는 얘기는 안나왔으면 한다. 추성태 편집국장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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